SBS 뉴스

뉴스 > 연예

[리뷰] '탐엣더팜', 천재 감독이 탐구한 인간의 불안과 광기

김지혜 기자

입력 : 2014.05.23 11:18|수정 : 2014.05.23 11:18


'천재 감독', '칸의 총아' 등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자비에 돌란(Xavier Dolan)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올해 스물 다섯 살인 돌란은 지난 2009년 '아이 킬드 마이 마더'((I Killed My Mother)로 데뷔해 2010년 '하트 비트'(Heartbeat), 2012년 '로렌스 애니웨이'(Laurence Anyways)까지 세 편의 장편 영화를 발표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칸과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 받았고, 여러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네 번째 장편 영화인 '탐엣더팜'(Tom at the farm)은 한발 더 나아간 돌란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먼저 전작과 다른 확연한 변화가 돋보인다. 돌란은 원색이 강조된 화려한 영상과 유려한 음악 사용으로 젊은 감각을 과시해왔다. '탐엣더팜'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어두운 톤과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그의 어떤 작품보다 카메라가 인간 내면으로 깊숙이 침투한다.

탐(자비에 돌란)은 자신의 분신과 같았던 연인 기욤을 잃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퀘벡의 작은 농장으로 간다. 슬픔에 젖어있는 기욤의 어머니 아가테(리즈 로이)와 형 프랑시스(피에르-이브 카디날)를 만나지만, 자신이 기욤과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차마 밝히진 못한다. 하지만 형 프랑시스는 이미 탐이 기욤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가테의 눈을 피해 은밀하고 지속적인 폭력으로 탐을 괴롭힌다.

자비에 돌란은 '탐엣더탐'을 통해 인간의 불안과 광기를 이야기한다. 죽음에 따른 허무, 상실에 대한 불안, 집착이 만들어낸 광기 등 인간 내면에 깔린 어둠을 한 가족과 그 가족 안에 뛰어든 한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드러낸다.
이미지주요 등장인물이 네 명 뿐인 이 영화는 독백과 나레이션, 제한된 공간 활용 등 연극적인 구성을 보여준다.(실제로 이 영화는 미셸 마크 부샤르의 동명 연극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돌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촬영 테크닉인 슬로우 모션,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은 반복적으로 쓰인다. 또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는 화면 비율 변화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주요 인물만으로 단출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각 인물이 발산하는 감정의 파동은 깊고 넓다. 특히 톰과 프랑시스의 애증의 관계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연인의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탐은 프랑시스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프랑시스는 동생의 연인을 괴롭히며 자신도 모르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톰은 프랑시스에게 두려움과 공포 이외의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 분노와 연민 사이의 기묘한 감정이다. 이를 통해 스톡홀롬 증후군(아주 극한 상황에서는 강자의 논리에 의해 약자가 동화되는 현상)을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 두 사람이 탱고를 추는 장면은 작품 안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미적으로도 아름답다.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 주 무대로 쓰인 농장이 가지는 상징성도 흥미롭다. 감독은 농장을 죽음과 탄생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묘사하며 톰에게 불안과 공포를 안긴다. 
이미지이야기는 전개와 결말은 복합적이고, 인물들이 주고받는 감정은 미묘하다. 맥이 쉽게 잡히지 않은 이야기 안에서 감독은 인물의 심리 표현에 집중하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 과정에 발생하는 기묘한 분위기는 히치콕의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그럼에도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단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심리극에 가깝다. 감독은 정신적 내상을 입은 인물의 감정은 불안하고, 불완전하기 마련이라는 듯 톰과 프랑시스의 심리 상태를 집요하게 쫓는다. 

감독은 오프닝과 엔딩에 동일한 상황의 시퀀스를 배치했다. 그러나 배경과 분위기, 주인공이 감정상태는 사뭇 다르다. 이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이며, 이때 흐르는 노래의 가사는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언어가 된다.  

일반적인 이야기와 보편적인 전개를 피하면서 감독만의 색깔을 강조한 '탐엣더팜'은 누구나 생각하는 쉬운 장르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젊은 감독의 폭넓은 상상력과 싱싱한 패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연기와 연출을 겸하는 재주꾼이다. '로렌스 애니웨이'를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개성 넘치는 연기력을 과시해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연출과 더불어 타이틀롤을 맡았다. 

국제영화제에서 4타석 4안타를 친 돌란은 다섯 번째 장편영화 '마미'로 현재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있다. 그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최연소 경쟁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에 앞서 돌란의 작품 세계에 있어 가장 파격적인 실험으로 꼽히는 '탐엣더팜'을 확인하는 것도 관객에겐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05분, 5월 22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