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에서 예상대로 극우파가 득세하게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19일 분석기사를 통해 유럽의 주류 정당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강제병합을 일제히 비난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 유권자들은 푸틴 찬양을 감추지 않는 극우정당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극우정당들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놓고 단호하고 일관된 노선을 취하지 못하는 유럽 각국 정부들에는 다시 한번 타격이 될 수 있다.
유럽 극우정당들의 상당수는 물론 몇몇 극좌정당들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최근 행보를 공공연히 찬양하면서 유럽연합과 미국이 장기간 평화 상태에 익숙한 유럽 대륙에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입장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의 유럽정치 전문가 사이먼 힉스는 "극우·극좌 진영은 푸틴이 유럽 주류 세력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들은 현상황 전반이 푸틴에게 아첨하다가 말로는 강경 대처하겠다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기득권 엘리트의 위선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모두 751명으로 구성되는 유럽의회에서 극우정당이 부상한다고 해도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직접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결정권은 주류세력이 지배하는 회원국 정부들에 있고 각국 의회 역시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극우세력이 예상처럼 의석을 두배로 늘리고 극좌가 가세한다면 이들의 유럽의회 지분은 최대 3분의 1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홍보전에서 이 정도의 성과는 푸틴에게는 지원사격이 될 듯하다.
힉스 교수는 "푸틴이 유럽을 조롱하는 것이 더욱 용이하게 될 것"이라면서 푸틴은 유럽 주류 정당들의 대표성을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 언론들은 유럽 극우정당 지도자들을 유럽의 합법적 대표들로 부각시키고 있고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당수 등은 러시아 측의 집중 조명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3월 러시아 영토 편입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크림반도 주민투표에 대해 대다수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비난이 쏟아졌지만 투표를 참관한다는 명목으로 현지를 방문한 유럽 극우 정치인들은 공명선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베르너 노이바우어는 이 투표를 유럽으로 향하는 "자유의 열차"라고 지칭하면서 각국을 유럽연합으로부터 해방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안드레아스 묄처는 유럽연합을 제3제국에 비유하면서 유럽이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직업윤리가 결여된 흑인들의 집합으로 변할 위험에 빠졌다고 말했다.
영국 독립당의 지도자 나이젤 프라지는 친푸틴 TV방송인 러시아 투데이의 단골 손님으로, 푸틴이야말로 그가 가장 존경하는 외국 지도자이며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루면서 손에 피를 묻히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극우정당들이 여러모로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유럽연합의 영향력 약화를 바란다는 점에서는 일치하며 푸틴처럼 민족주의적이며 권위적인 노선을 추구한다는 것이 독일의 정치 분석가 하이오 푼케의 지적이다.
푼케는 푸틴이야말로 극우정당들의 이념적 동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푸틴은 서방의 타락과 자유주의를 비난하면서 동성애자의 권리를 거부하고 전통가치를 존중하는 정통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헝가리의 정치 분석가 페테르 크레코는 "극우 정당들은 유럽이 코스모폴리타니즘과 친미주의로 인해 쇠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푸틴은 이들에게 대안 모델을 제시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