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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전쟁' 미·중 신경전 고조

입력 : 2014.05.20 03:21|수정 : 2014.05.20 03:22

'사이버범죄' 관련 중국군 첫 정식기소…양국 관계 '방향타'


미국 연방대배심이 19일(현지시간) '사이버 범죄' 혐의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5명을 정식기소한 것은 양국간의 '사이버 전쟁'이 얼마나 첨예하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G2(주요2개국)'로 불리는 양국이 정치와 외교, 경제, 그리고 군사적 경쟁을 벌이면서 사이버 공간에서도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날 미국 정부와 사법당국이 밝힌 내용을 보면 중국군에 의한 사이버 범죄 혐의가 매우 구체적이다.

미국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 61398 부대 소속 장교 5명이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밀절취 등 6개 혐의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61398 부대는 이미 몇년전부터 알려진 기관이었다.

2013년 2월 미국 CNN 취재진은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건물을 취재하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CNN이 취재하려고 한 것은 이른바 '사이버 범죄'의 흔적이었다.

취재진은 이 건물에서 미국의 주요 기관을 상대로 한 해킹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려 했다. 문제의 건물은 인민해방군 61398 부대였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이 부대가 상하이에 존재하고 있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뉴욕타임스(NYT)는 인민해방군 61398부대가 중국 해킹의 비밀 전초기지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동안 미국 정부와 주요 기관, 회사들을 해킹해 온 이 부대의 본부가 상하이 외곽 다퉁로의 12층짜리 흰색 사무실 빌딩에 있다고 폭로했다.

미국 해킹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 부대가 ‘코멘트 크루’ 또는 '상하이 그룹'으로 알려져 왔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의 해킹을 추적해 온 미국 컴퓨터 보안회사 맨디언트(Mandiant)는 마침 비슷한 시기에 60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NYT가 사전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해킹의 상당 부분이 이 빌딩이나 그 인근에서 자행됐다.

맨디언트는 2006년부터 이 부대와 관련된 141건의 해킹 사례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다른 보안 전문가들은 수천 건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맨디언트에 따르면 이 부대는 중국 기업 인수전에 나선 코카콜라의 협상전략을 빼내기 위해 해킹을 한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도 해킹 대상으로 삼았다.

한마디로 중국군이 나서 미국의 핵심 기간산업의 내부를 파고들어 '귀중한 정보'를 도둑질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한 것이다.

미국 연방대배심의 이날 정식기소는 바로 이런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압박을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61398부대에 소속된 중국군 관계자 5명은 웨스팅 웨스팅하우스와 US스틸 등 5개 기업과 미 철강노조(USW)의 컴퓨터를 해킹해 피해 기업의 제품이나 재무구조에 대한 기밀 정보를 빼냈다고 미국 법무부는 설명했다.

NYT 보도내용과 거의 비슷한 맥락의 혐의이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중국군'을 기소한 것과 관련해 "절취된 기업 비밀의 범위로 볼 때 이번 일은 중대하며 공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오랜 시간동안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국영 기업에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해 대놓고 사이버스파이 행위를 시도해 왔다"며 앞으로도 법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중국 측은 강력 반발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기소 내용이 "조작됐다"며 "중국 정부나 군, 그리고 관계자들은 온라인 기업비밀 절취에 절대 연관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사이버 해킹'을 둘러싸고 첨예한 신경전을 재연할 공산이 커 보인다. 외교전문가들은 이른바 '사이버 전쟁'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신형 대국관계'의 방향타가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 냉전 체제를 지탱한 두 강대국, 미국과 옛 소련의 군사적 균형추가 핵무기였듯이 `G2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의 균형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가상공간에서의 '전략적 무기'를 통해 이뤄진다는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