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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기도 버스기사 가족, 생활고에 '두 번 운다'

입력 : 2014.05.19 15:15


"막막하다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가 봅니다."

노동절을 한 시간 가량 앞둔 지난달 30일 밤 11시15분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모 시내버스 회사 앞 국기봉에 목을 맨 해고 버스기사 진모(47)씨의 병상을 지키는 동료 이모(53)씨는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진씨를 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진씨는 부당해고를 당한 뒤 2년간 회사와의 지루한 소송전(戰)을 이어가며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놓으려 했다.

자살을 기도한 다음 날인 노동절에 열린 행정소송에서 진씨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이미 진씨의 가정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뒤였다.

다행히 진씨는 동료의 빠른 조처로 생명을 건졌지만 혼수상태에 빠진 지 벌써 20일째를 맞았다.

동료 이씨는 입원 첫날부터 진씨의 부인 및 동생과 함께 돌아가며 진씨의 병상을 지키고 있다.

이씨는 "진씨도 문제지만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부인과 고등학교 3학년인 딸, 고1인 아들이 있는데 부모의 관심이 가장 필요할 때 아니냐"며 "제수씨가 병상을 지키느라 일을 할 수도 없어 수입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진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이씨의 말대로 진씨의 병원비는 노조에서 모금활동과 노조비를 가지고 충당하고 있지만 가족의 생활비는 전혀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이유는 가족들이 겪는 생활고 때문에 동료를 등지고 노조를 탈퇴하려 했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이씨는 "진씨가 소송이 워낙 길어지고 하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리다 회사 간부를 찾아간 모양이더라. 아마도 복직을 시켜달라고 사정하러 간 것 같았다"며 "다른 조합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장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사측에서 복직을 시켜줄 듯하면서 3개월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씨 딸이 고3이다. 다른 애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정신없이 공부를 시키는데 수중에 돈이 없으니 어느 부모가 가만히 손을 놓고 있느냐"며 "그래서 다들 진씨의 결정을 존중해 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씨는 2010년 민노총에 가입한 뒤 2012년 직장폐쇄에 맞서 파업투쟁을 벌이다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이후 다른 회사 기사들과 함께 벌인 전주 시내버스 파업에 참여했다가 구속까지 당했을 정도로 강성 조합원이었다.

이런 그가 사장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이유는 고3이 된 딸과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교육비와 생활비 때문이었다.

진씨는 자존심을 구겨가며 사정했는데도 복직이 연기되자 동료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좌절감에 모진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동료와 가족에 남긴 유서에도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유서에 "가족 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결국 (회사 측에) 이용만 당한 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 또다시 나 같이 억울한 해고 당하는 일이 없도록 똘똘 뭉쳐 투쟁해서 여러분의 권리 행사하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가 죽음이라는 선택지를 택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여전히 진씨 가족의 생활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쌓여가는 병원비와 바닥난 통장의 잔고가 가족을 옥죄고 있다.

진씨의 동료 조합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6일부터 버스 운행을 거부하는 승무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진씨에 대한 보상 문제와 재발방지대책, 진정성 있는 사과, 부당 징계·해고를 철회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송기완 이 시내버스 민노총 지회장은 "오늘(19일)도 버스 41대가 운행을 하지 않았다. 24일에는 민노총 전북본부 주관으로 노동자 대회도 열 계획이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재발방지 대책과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이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