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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운노조·하역업체 검은 거래…화물과적 이유 있었다

입력 : 2014.05.14 10:56

선사, 적재화물량 축소신고…하역업체, 하역물량 허위기재
노동청 수사과정서 드러나…청해진해운 관계자의 녹취록도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이 과적 운항으로 밝혀진 가운데 여러 항만작업장에서 선사와 하역업체, 항운노조가 오래전부터 암묵적 합의 아래 화물 적재량을 임의로 조작해 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선사는 실제 적재량보다 축소해 적재화물량을 해운조합에 신고하고, 하역업체는 선사가 신고한 물량에 맞춰 노임하불표에 하역물량을 허위 기재하는 방식으로 선박에 화물을 과적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노임하불표는 화물량 하역에 따른 노임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선사는 화물을 많이 실을수록 이윤이 많이 남고, 하역업체는 하역임금을 줄임으로써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항운노조도 이를 묵인해 하역에 종사한 근로자들이 실제 일한 양보다 적게 수당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제주항운노조 소속인 김종필(47)씨가 지난 2010년 임금문제로 제주항운노조와 하역업체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방노동청에 고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를 뒷받침하는 청해진해운 하역 관계자의 녹취록도 함께 공개돼 화물량 조작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이 2010년 11월 김씨에게 보낸 고소·고발사건 처분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2009년 8월 3일 삼다수를 제주 서귀포항에서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화물선 A호의 하역작업 당시 모 하역업체 노임하불표와 항운노조 작업일지에 적힌 삼다수 하역작업량은 8피트 컨테이너 총 260개다.

싣고 내린 물량이 각각 130개로 같다.

그러나 노동청의 수사 결과에서는 실제 작업량이 기재된 양보다 2배 많은 각 280개씩 모두 560개로 드러났고 이러한 상황은 두 달여 동안 이어졌다.

당시 항운노조, 하역업체 관계자 모두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역업체가 항운노조와 짜고 화물량을 축소 기재해 작업량과 노동비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씨는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과 노동청이 수사 과정에서 이런 관행을 알았음에도 개선된 점은 없었던 것이다.

적재량 축소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여객선 하역작업에서도 계속됐다는 주장이다.

과거 항운노조에서 간부로 일했던 A씨는 인천 하역 현장에서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하역업체, 항운노조 등이 속칭 '차떼기' 방식을 적용해 화물량을 축소 기재한 정황을 최근 폭로했다.

그는 화물트럭을 선박에 싣는 과정에서 화물을 적재한 화물트럭의 용적(부피)톤수를 실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이고 이를 중량(무게)톤수로 바꿔 기재할 때 다시 5분의 1 수준으로 줄여 화물적재량을 실제보다 크게 줄이는 관행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에 싣는 4.5t 트럭, 11t 트럭, 25t 트럭의 실제 화물 용적톤수는 각각 20∼30t, 30∼40t, 50∼60t 정도 된다.

그러나 인천의 모 하역업체는 이들 여객선에 대해 4.5t 트럭, 11t 트럭, 25t 트럭의 용적톤수를 실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 10.3t, 14.5t, 17.7t으로 일괄적으로 적용했다.

또 출항할 땐 부피보다 무게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량(무게)톤수로 감독기관에 보고하는데, 관행적으로 이 용적톤수에서 다시 5분의 1 수준으로 줄여 계산한다고 A씨는 주장했다.

적재화물량을 2단계에 걸쳐 축소 보고함으로써 그만큼 과적이 이뤄진 셈이다.

A씨는 "화물량이 너무 많아 일일이 체크하기 어려워 그런 관행이 생긴 것"이라며 "예를 들어 25t 트럭의 경우 중량톤수는 17.7t의 20%인 3.54t으로 보고되며, 이처럼 축소기재한 만큼 화물을 더 많이 실으면 배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평형수를 빼서 만재흘수선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재흘수선은 선박이 충분한 부력을 갖고 안전하게 항행하기 위해 물에 잠겨야 할 적정 수위를 선박 측면에 표시한 선을 말한다.

A씨는 "중량 축소가 암묵적으로 굳어져 세월호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과적으로 이어졌다"며 "화물의 정확한 중량을 측정하긴 어렵지만 선사 측은 만재흘수선을 기준으로 빼낸 평형수 양을 바탕으로 어림잡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청해진해운 여객선의 하역 작업을 담당해 정황을 잘 아는 현장반장 B씨가 이런 내용을 설명하는 음성 녹취파일도 공개했다.

이 파일에서 B씨는 '차떼기' 관행이 선사와 하역업체 양측의 이익 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역업체와 항운노조 제주지부 고위 관계자 등에게도 개선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이런 부분은 청해진해운 남모 부장이 좌지우지한다고 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항운노조 관계자는 "항운노조가 적재량을 줄이는 데 관여할 수도 없다. 근거 없는 주장으로 항운노조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