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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도권 안개로 동해안 더위 전망하기

공항진 기자

입력 : 2014.05.13 10:16|수정 : 2014.05.13 10:16


우리나라 동해안만큼 날씨 변화가 극적인 곳도 별로 없습니다. 바람 한 번 바뀌었을 뿐인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날씨가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단 하루 만에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거나 떨어지는 것도 그렇게 드문 현상이 아닙니다.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예보관 사이에 “강릉에서 예보를 잘 하려면 냄새를 잘 맡아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요. 강릉은 바닷가여서 바다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면 특유의 바다냄새가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현재 바람이 바다에서 부는지 아니면 내륙에서 부는 지를 정확하게 알면 그만큼 날씨 예보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동해안에 동풍이 불면 맑던 하늘에 구름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기온도 가파르게 내려가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동풍이 분다는 것은 동해에서 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인데 바다에서 다가선 공기는 상대적으로 내륙에 머물고 있는 공기에 비해 기온이 낮고 습기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기압이라도 발달하는 경우에는 먹구름이 종일 머물면서 지루하게 비가 이어지기도 하고 저온현상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이 시기가 휴가철과 겹치면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동해안이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가지이기는 하지만 날씨를 잘 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 또한 잦습니다.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이 맑아지는 것은 물론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기 쉽죠. 한 여름에는 주로 남서풍이 부는데 이때는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의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것도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동해안이 최고의 피서지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황하게 동해안의 날씨 특성을 설명한 것은 앞으로 이런 극적인 변화가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화요일인 오늘(13일)만 해도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르거나 30도를 웃돌 가능성이 큽니다. 남서풍이 불면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해지고 공기가 데워지기 때문입니다. 본격 여름이 시작됐네 하며 흥분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테지만 흥분할 대목이 아니라는 것이죠.

동해안의 날씨는 앞으로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어떤 바람이 부는지 도무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명품 코를 갖고 있어도 동해의 향기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럴 때 간접적으로 동해안의 날씨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정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수도권에 안개가 끼었다면 동풍보다는 서풍의 확률이 더 높고 이 경우, 동해안은 날이 좋고 기온도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데요. 수도권의 날씨가 아주 청명하고 먼 산까지 보일 정도로 시정이 탁 트였다면 동풍이 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동해안에 낮은 구름이 머물면서 저온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간단하지만 확률이 높아 쓸 만한 동해안 날씨 예보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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