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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파일명 20140416_094246' 그들의 마지막 모습

박아름 기자

입력 : 2014.05.13 09:17|수정 : 2014.05.13 11:59

동영상

▶ [사고 직후 3층 상황 영상…구명조끼 품은 母] 기사 보러 가기

▶ [목소리 들으려…엇갈린 가족과의 마지막 전화] 기사 보러 가기

“세월호 사고 직후의 3층 로비의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사고 당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생존자께서 저희에게 주셨습니다.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것인데, 어린 아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려고 자신은 조끼를 들고만 있던 어머니의 안타까운 모습이 찍혔습니다. 선장과 선원들의 사고 대처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도 또다시 드러납니다. 박아름 기자입니다.”



< 생존자가 기억하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 >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된 26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었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던 순간 3층 중앙 로비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파일명은 20140416_094246. 사고가 난 지난달 16일 오전 9시 42분 46초에 찍힌 영상입니다. 처음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하고 53분이 지난 시점. 해경 경비정이 처음 세월호에 도착하고 7분이 지난 시점. 이준석 선장이 배를 버리고 속옷 바람에 허겁지겁 해경 123정에 올라타기 불과 4분 전에 찍힌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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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엔 두 가지 사연이 담겨 있었습니다. 7살 어린 아들을 찾아 구명조끼를 입혀주려고 본인은 정작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가슴에 품고만 있던 어머님의 사연,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가족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집에 전화했다가 끝내 통화가 엇갈렸던 단원고 학생 박 모 양의 사연. 안타깝게도 두 사람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서른 명의 승객 가운데 일부는 바다로 들어간 뒤 헤엄쳐 나와 구조됐지만 일부는 선내 방송을 듣고 남아 있다가 끝내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당시 영상을 찍고 탈출한 생존자는 눈물을 흘리며 이들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건네준 뒤 죽기 살기로 바닷물 속에 뛰어 들었는데 결국 혼자만 살아남게 됐다며 괴로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영상과 자신이 기억하는 이야기라도 보도해서 가족들에게 꼭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불과 26초짜리 짧은 영상을 수십 번도 더 돌려보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끝에 이들의 사연을 담은 기사 두 개가 나갔습니다.


< 가족들에게 전해진 그들의 마지막 모습 >

그날 저녁 유가족들을 수소문한 끝에 영상에 나오는 박 양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영상을 주신 생존자께서 꼭 박 양의 어머니를 찾아 영상을 전해달라고 부탁한 터였습니다. 처음 보는 휴대폰 번호가 화면에 뜨는 순간 박 양의 가족에게서 온 전화일 거라 직감했습니다. 전화를 받으러 조용한 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손안에서 울리는 진동은 심장까지 전해질 정도로 묵직했습니다. 그 순간 저보다 더 떨고 있을 상대방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습니다. 박 양의 어머니였습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을 얻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따님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어머님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저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그래도 따님의 마지막 모습은 간직하고 계셔야 할 것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뱉는 순간 참았던 감정도 함께 터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서로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가는 것조차 힘들었던 3분여의 대화. 어머님은 고맙다는 말로, 저는 죄송하다는 말로, 힘겨운 대화를 끝마쳤습니다. 그리고 메일 주소를 받아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원본 영상을 보내드렸습니다. 어머님은 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또 다른 선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린 아들에게 주려고 구명조끼를 품고 계셨던 어머님의 친척에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는 말에 영상을 보내드렸습니다. 홀로 남은 7살 작은 아들이 간직하게 될 엄마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세월호 구조 캡쳐_

< 마지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그들의 마지막 모습 >

보도가 나간 다음 날, 검찰은 해경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즉시 배에 들어갔다면 모두를 구조하는 것도 가능했을 거라고 결론 냈습니다. 오전 9시 42분. 저희가 보도한 영상이 찍힌 건 해경이 도착한 다음입니다. 아직도 영상에 나오는 면면을 떠올리면 눈앞이 흐려집니다.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선내에 진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면 살았을 목숨들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영상에 찍힌 그들의 모습은 끝내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지막으로 남게 됐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세월호 사고를 취재하면서 수도 없이 엄습했던 무력감과 자괴감이 또다시 고개를 듭니다. 선원들의 무책임함과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하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한없이 미안합니다. 사건을 취재하고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는 언론인으로서 저 역시 죄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 번도 피워보지 못하고 좁은 선실에 갇혀 생을 마감하게 된 열여덟 어린 학생들과 일반인 희생자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 영상이 보도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승석 생존자님과 정구희 수습기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