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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히로시마 한일 평화의 상징 '위령 나무' 뿌리째 뽑혔다

홍순준 기자

입력 : 2014.05.09 17:08

학생들의 '염원'이 뽑힌 자리…서둘러 채워야


일본 히로시마의 상징으로 불리는 평화기념공원에 가면 한 쪽에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가 있습니다.
지난 2011년 8월 5일, 이 위령비 왼쪽 한 편에 키 30cm의 작은 잣나무가 심어졌습니다.

와세다대 아시아연구기구가 주최한 한일학생 교류행사에서 참가 학생들이 함께 심은 겁니다. 학생들은 이 나무에 '한일 양국의 평화와 공생'을 바라는 상징이 담겼다고 말하며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8일 히로시마현 경찰에 공식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 나무를 관리해 오던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히로시마 지부가 낸 신고서에는 '3년 만에 50cm까지 잘 자라던 나무가 지난 달 24일 뿌리째 뽑혀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민단은 시민 신고를 받은 뒤 2주일 만에 경찰에 공식 신고했고 경찰은 일단 '절도 혐의'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일본 히로시마는 세계 최초의 원폭 피해를 입은 도시입니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일명 '리틀보이'로 불린 원폭이 도심 상공 800m 지점에서 폭발하면서 7만명이 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히로시마의 상징인 평화기념공원 앞에선 지금도 핵무기 반대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 반대 시위도 간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평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히로시마시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제징용 등 강제로 끌려온 한국인 4만명 가운데 2만명도 원폭에 희생됐습니다. 우리에겐 원폭 피해가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1970년 '자국민만 원폭 피해자'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 때문에 평화공원 밖에 세워진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는 20여년의 노력 끝에 이젠 공원 안에 자리잡았습니다. 그 옆에 심어진 '조그만' 나무였습니다.

나무를 뽑은 범인은 나무만 뽑은게 아닙니다. 미래의 한일 양국의 주인공이 될 학생들의 '염원'을 뽑은 겁니다.

조그만 나무가 있던 자리는 말끔히 정리돼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었다는 듯이... 범인은 잡을 때 잡더라도, 빈 자리를 채워줄 나무가 가급적 빨리 다시 자리잡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