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다룬다는 비난을 받는 바티칸이 또다시 유엔에서 추궁을 당했습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2002년 고문방지협약에 조인한 바티칸의 실바노 토마시 대주교 겸 제네바 대사를 참석시킨 가운데 회의를 열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한 바티칸의 모호한 정책과 침묵에 대해 따져 물었습니다.
위원들은 바티칸이 고문방지위에 보고서를 9년이나 늦게 제출한 이유를 추궁하면서 고문 방지 차원에서 아동들에 대한 성직자들의 성추행을 막는 방안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러나 토마시 대주교는 "교황청은 가톨릭교회 모든 구성원에 대해 사법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성직자들을 기소하는 것은 바티칸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토마시 대주교는 또 바티칸의 유엔 고문방지협약 이행도 인구 천 명 이내인 바티칸 시티 경계 안에서만 적용된다며 각 국가가 자기의 사법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기소하거나 보호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티칸은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할 당시 전 세계 로마 가톨릭 교회를 통치하는 교황청이 아니라 바티칸 시티만을 대표한다고 밝혔다고 바티칸 관계자들은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성직자 성추행 피해자들의 모임인 SNAP의 바바라 블레인 회장은 바티칸이 그럴듯한 말로 변명하는 이 순간에도 수백 명의 아동들이 사제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며 이는 결코 성직자들의 성추행을 막으려는 행동이 아니라고 비난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바티칸과 충돌했던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아동 성추행을 한 성직자를 다른 교구 또는 외국으로 전출시키는 바티칸의 정책이 많은 나라 어린이들을 성추행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하며 성추행 혐의가 있거나 그렇게 알려진 성직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퇴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바티칸이 성추행 사실이 확인됐거나 의혹을 받는 이들을 즉각 현직에서 배제하고 관련 사안을 주재국 법집행 당국에 넘겨 수사하고 기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아동 성추행으로 말미암은 피해에 대해 용서를 구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11일 성직자의 아동 성범죄를 '악'으로 지칭하며 "문제 해결에 물러서지 않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3월 구성한 교황청 아동 성추행 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첫 회의를 열고 아동 성추행을 저지르거나 묵인한 성직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