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의 전 단계로 추진 중인 유라시아경제연합 EEU 창설이 막바지 단계에서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EEU 창설에 공동보조를 맞춰온 벨라루스가 딴죽을 걸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경제일간지인 '베도모스티'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최근 이달 말 체결 예정인 EEU 창설 조약에 국익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서명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그리고 카자흐스탄 등 세 나라는 오는 29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EEU 창설 조약에 서명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 철폐 문제를 놓고 세 나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EEU 창설 준비 회의에서 EEU는 석유를 포함한 모든 상품 거래에서의 제한을 완전히 철폐하는 원칙에 따라 창설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해 가공한 뒤 재수출함으로써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벨라루스는 EEU가 창설되면 원유 등의 에너지 자원을 포함한 모든 상품의 수출에서 관세가 철폐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주요 에너지 자원 수출국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석유·가스 등에 대한 수출 관세는 오는 2025년까지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이러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벨라루스는 다른 회원국들이 상품과 서비스의 제한 없는 이동이라는 경제통합체 창설 원칙을 지킬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 EEU 창설 문제를 10년 뒤에나 다시 거론하자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EU는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유라시아 연합'의 전 단계 조직입니다.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권의 세 나라는 EEU 창설을 위한 구심체로 2012년에 3국 관세동맹을 출범시켜 운영해 오고 있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관세동맹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EEU를 창설하고 여기에 점차적으로 다른 옛 소련 국가들을 끌어들여 장기적으로 EAU로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옛 소련의 핵심국가인 우크라이나를 EEU로 끌어들이려던 노력이 우크라이나의 EU 경제권 편입 시도로 무산되면서 EEU 창설 계획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지난해 말 EU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포기하고 옛 소련권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실각한 뒤 친서방 성향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크라이나의 EEU 가입 가능성은 한층 불투명해졌습니다.
여기에 EEU 창설에 적극적이었던 벨라루스까지 막판에 딴죽을 걸고 나서면서 푸틴 대통령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달래기 위해 일정 정도의 양보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