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현장 대응기관의 장악력과 중앙 컨트롤타워 기능이 모두 허점을 드러내면서 재난 대응 정부조직 개편론이 일고 있다.
특히 안전 책임 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전문성 부재로 도마에 올라 조직수술론 주요 대상으로 거론된다.
사고 7일째인 22일 현재 생존자 구조·수색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개편 논의가 수면 아래에 있지만, 사고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정부조직 개편론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의의 대체적인 방향은 크게 재난과 안전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을 새로 만들 지와 과거처럼 청와대 직속 재난관리기구를 신설할지로 모아지고 있다.
◇"재난·안전 전담 부(部) 또는 처(處) 신설해야"
노무현 대통령 시절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재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소방방재청이 신설됐다. 방재청의 영문명칭은 '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로 '국가비상관리청(국)' 정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연방재난청(FEMA)를 본떠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급(級)이 문제였다. 방재청은 차관급이 수장을 맡아 장관급의 국무회의에도 끼지 못하는 '청(廳)'의 지위여서 다른 부처나 군을 지휘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지적됐다. 한마디로 '힘없는' 기관이었던 탓에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방재청의 재난관리 기능이 떼어져 '행정안전부'가 탄생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안전을 더욱 강조하며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안전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역할을 하는 안전행정부는 사고 현장을 책임진 해양경찰청과의 유기적인 지휘체계는 커녕 여타 정부기관과도 원활한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는 등 초기 대응력과 전문성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선 안행부 중심의 재난대처 시스템을 대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원활한 지휘 통제를 위해 총리실 아래 처를 신설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한국방재학회장 정상만 공주대 교수는 "지금처럼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분리하지 말고 일원화해야 하며 총리실이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와는 달리 총리실이 각 부처 기능을 조율하는 기능을 주로 하고 있고 자체 역할이 크지 않기 때문에 총리산하 처급 기관으로는 원활한 통제가 어렵다며 적어도 정부 부처급 이상의 독립기관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백민호 강원대 교수(재난관리학장)는 "총리실 역시 재난관리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 아래로 재난안전관리처를 넣으면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재난관리기구 신설 주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다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주문한 이후 대통령 직속 재난관리기구 신설론도 나온다. 이는 통일·외교·안보 현안과 더불어 안전·재난 관리까지 위기관리시스템 총괄 역할을 했던 노무현 정부 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염두에 둔 것이어서 현정부 내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한 재난관리 전문가는 재난대응조직 개편 논의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NSC를 강화하고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SC를 도입하게 되면 참여정부 때처럼 모든 위기 상황 관리를 군이 주도할 수 있다는 거부감도 표출된다.
방재 당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방재청에 해당하는 미국의 FEMA가, 국토안보부의 군 조직에 종속되면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에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그런 과정을 거치고 그 이후로 FEMA가 보다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조직 개편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최상옥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안행부 내 안전관리본부를 떼어내고 방재청과 합쳐서 새로운 부나 처를 만드는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의 안전 분야 설계도가 흔들려 버리므로 쉬운 선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재난까지 안행부에 통합해 '3차관'을 신설하거나 '안전·재난 전담차관제' 도입이 거론된다.
◇"상황실 통합하고 자치단체 등 현장 캡틴 역량 강화해야"
재난·안전관리 조직 개편 여부와 별개로 현장 대응능력을 강화하라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은 사고 발생후 초반에 구조·수색작업에서 효율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고 해양수산부와 해군 등은 모든 역량을 조기에 결집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사고 현장 대응 기관에 실권을 줘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조직인 FEMA가 있어도 자치단체장과 팀을 이루는 현지 경찰서장과 소방서장에게 현장 대응책임을 주고 효율적인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걸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안전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평소에도 재난 때 최일선의 지자체와 관공서가 대응 역량을 키울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계획을 세워 이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지범 한국행정연구원 행정관리연구부장은 "일단 중요한 건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뉜 상황실 통합"이라며 "안행부와 방재청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어렵겠지만 따로 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