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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단원고 학생들, 외상 후 스트레스 극복 위해선…"

입력 : 2014.04.22 11:17|수정 : 2014.04.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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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 

▷ 한수진/사회자: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 대한민국 전체가 심리적인 재난 상황에 빠져있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사람부터 그 가족들, 무엇보다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 나아가서 온 국민들이 함께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까지. 마치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정신적인 혼란에 휩싸인 느낌인데요. 관련해서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대한민국이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말 아프죠, 모두가 아픕니다. 지금은 정말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있고요. 정말 이거는 배가 무너진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무너진 것 같은 그런 안타까운 느낌이 드네요. 생존자들, 살아나온 분들. 그 분들은 일단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게 되죠. 이번처럼 큰 사고를 겪으면 누구든지 다 불안하고 공포가 있고 깜짝 놀라고 잠도 못 자지만 잠이 든다고 해도 악몽을 꾸게 되죠. 저희들이 이걸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하는데 이게 지속되게 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되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하면 심지어 월남전에 다녀왔던 분들이 치료가 되지 않고 아직까지 치료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 정도로 이게 만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조기에 우리들이 개입하고 도와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적절한 도움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가는 내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네요.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 모습을 회복하게 되죠. 그것을 우리가 회복 탄력성이라고 하는데, 너무나 큰 상처를 받고 또 실생활로 빨리 돌아가지 못한 분들 가운데 일부가 그런 현상을 겪게 되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고에서는 수학여행 떠난 어린 고등학생들이 많았잖아요. 이 어린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사고 후 트라우마 같은 것이 훨씬 더 깊고 심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그렇죠. 제가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그 부분인데 우리 학생들의 뇌는 아직은 최고로 성장했다고 말할 수 없죠. 상처에 대해서 훨씬 더 예민하고 민감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그것을 이기는 힘도 어른들보다 훨씬 약하다고 볼 수 있죠. 작은 말, 작은 주변 환경에도 죄책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기 훨씬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접근을 해주어야 하고 그래서 주변 환경도 중요하고요. 제 생각에는 빨리 학교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집에 혼자 누워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슨 생각이 나겠어요. 좋은 생각이 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가족들과 함께 안정을 취한 다음에는 가능한 빨리 학교로 돌아가서 그 학교가 치료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공부도 하면서 치유도 하는 그런 시스템을 빨리 만들어서 학교로 돌아가서 힘든 것을 함께 나누고 치유하고 공부에도 몰두했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교수님 학교로 돌아갔을 때 많은 친구들 모습이 보이지 않잖아요. 그 빈자리를 보면서 이걸 어떻게 감당할지 그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돌아가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그렇죠. 그래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때 가장 좋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 하면요, 회피하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정말 힘든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고립됩니다. 내가 보이고 있는 반응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정 기복이 오고요, 짜증도 나고 불안하기도 하고 정말 자기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거든요. 본인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로 표현을 안 하게 되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게 되죠. 관계를 맺었다가 또 상처를 받으면 안 되니까 자기를 보호해야 하거든요. 이런 것들 때문에 자꾸 세상을 회피하는 수가 있습니다. 세상이 안전한 곳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되면 장기화될 수 있고요. 말로 표현하라는 뜻은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때 느꼈던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회복하는 것이죠, 자꾸 누가 궁금증을 갖고 주변에서 물어본다든가 이런 것은 좋지 않죠.

▷ 한수진/사회자: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 주변에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자꾸 물어보는 것은 안 좋다는 말씀이시고요.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자꾸 호기심을 갖고 궁금하니까 물어보는 수가 있잖아요. 치료 적인 상황에서는 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때 느꼈던 이 친구의 감정, 무서움, 두려움, 공포 이런 감정적인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지, 그 사건 자체에 대해서 자꾸 우리가 호기심을 갖거나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것은 2차적으로 상처를 주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호기심을 가지고 사고 당시 상황을 자꾸 물어보는 것은 안 좋지만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할 수 있도록 덜어낼 수 있도록 도울 필요는 있겠네요.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네,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요. 지금 보면 무엇보다도 실종자 가족들 아니겠습니까. 거의 지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심신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겠죠?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그렇겠죠, 무슨 위로의 말을 저희들이 드린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게 해결이 되겠어요. 그 분들은 먹고 자는 문제부터 문제가 생기죠. 가끔 자녀를 잃거나 그런 분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밥을 먹으면서도, ‘이 밥을 먹어도 되느냐.’,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내가 웃어도 되느냐.’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그렇게 이야기하시거든요. 그 죄책감을 평생을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과거에 어떤 사건으로 자녀를 잃었던 분이 이번 희생자를 위해서 위로의 말씀을 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분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평생 아파야 할 일일지도 모르는데 너무 한꺼번에 아파하지 맙시다.” 그렇게 위로하는 걸 들었거든요. 아프죠, 그러나 너무 정말 우리가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한다면 이번 일이 끝나고 난 뒤에 완전히 허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 분들이 생존자가 나오든 또는 실종되었든 언젠가 이것이 마무리 되었을 때 정말 지금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이 완전히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강도를 만나게 되면 강도를 만나는 순간은 절대 쓰러지지 않습니다. 왜, 긴장하니까요, 불안하니까요.

그러나 강도가 가고 나면 털썩 주저앉아 버리죠. 이 때 자율 신경 가운데 부교감 신경이라는 게 흥분되면서 털썩 주저앉아 버리는 겁니다, 탈진하는 거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리듬을 가져갈 수 있게, 식사도 하셔야 하고요, 잠도 자야 합니다. 우리가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앞서서도 말씀하셨지만 지금 구조되어서 돌아온 사람들도 그런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이 실종자 가족들도 평생 그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신데요. 이런 면에서 주변에서 많은 격려와 관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제 우리 사회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슬퍼하고 눈물도 나잖아요. 또 생각도 나고 매일 매일 그 뉴스를 접하고,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가끔 위로한다고, 살아 돌아오신 분들에 대해서도 그렇고 여러 분들에 대해서, ‘잊어버려라.’, 그렇게 이야기하잖아요?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반응이 줄어들기 때문이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그 생각 안 해야지, 한다고 되는 건 아니거든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야 되거든요. 그게 희생자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죠. 우리가 원인도 파악하고 필요하면 잘못한 사람들 벌도 주고 해야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화풀이거나 우리 한풀이가 아닙니다. 그런 걸 통해서 더 이상 앞으로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그래야 우리가 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약간의 보상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지금 지켜보는 국민들도요. 세월호 구조 수색 상황을 보면서 심리적 충격, 아주 크게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슬프고 그런 단계를 지나서 분노하고 이제는 허탈해하기까지하는, 무력감까지 느낀다는 분도 많은데요.

▶ 신영철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그렇죠. 인간의 감정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우리 뇌는 거울 신경이라는 게 사실 존재하죠. 누군가가 아플 때 내가 그 마음을 그대로 느끼고, 나도 아프다, 그런 것이 인간의 감정 전염성인데요.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는 9.11 이라는 큰 테러를 겪지 않았습니까? 그 때 그 사건을 당한 당사자들도 힘들었지만 멀리서 TV를 보고 계속 지켜봤던 많은 사람들도 나중에 불안증을 앓는다, 그런 보고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 여기에만 올인하지 말고 이제는 현실로 빨리 돌아가는 것이 건강한 사람이죠. 힘들 때 힘들어하고 울 때 울고 아플 때 아파합시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건을 떠나서 내 생활에도 관심을 갖고 또 문제가 생길 때는 같이 관심을 갖고 위로해주고,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국가가 과연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가, 이런 생각들 국민들 참 많이 하시고 불안해하고 신뢰감을 잃고 계신다고 하는데요. 이런 불안을 덜어주는 방법은 하나밖에 더 있겠습니까. 국가가, ‘그렇지 않다, 보호해줄 수 있다.’ 그런 확실호고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겠죠. 교수님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