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16일) 오전 침몰 직전인 여객선 '세월호'에 끝까지 남아 제자들과 승객의 목숨을 건진 단원고 교사와 학생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여객선 선장은 대피명령도 내리지 않은 채 배를 버리고 달아난 상황에서 이들의 영웅적인 '살신성인' 구조활동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구조된 학생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하루만인 어제 오전 9시 20분쯤 여객선 후미 쪽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2학년 6반 담임 남윤철 교사는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있던 학생들을 구출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 교사는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그제 오전 10시쯤 선실 비상구 근처에 있다가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일일이 챙겨주고 끝까지 대피를 도왔습니다.
제자 안민수 군은 물로 가득찬 방으로 남 교사가 와서 학생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습니다.
같은반 구성민 군은 남 교사가 탈출 직전까지 학생들을 안심시키며 탈출을 도왔다고 울먹였습니다.
영어를 가르쳤던 남 교사는 청주 출신으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으며 아버지는 충북의 한 사립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교단에서 늘 만났던 아이들을 단 한 명이라도 더 배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자신을 불사르며 부활대축일을 사흘 앞두고 하늘나라로 떠난 셈입니다.
2학년 5반 담임 이해봉 교사와 인성생활부 고창석 교사도 갑자기 배안으로 물이 차오르던 긴박한 상황에서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학생들은 이 교사는 난간에 매달려 있던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가 실종됐고 고 교사는 제자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탈출을 돕다가 정작 본인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배에서 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고 소리를 지르시며 탈출을 도와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살신성인의 참스승으로부터 교육받은 제자 역시 위기속에서도 남달랐습니다.
2학년 6반 박호진 군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성실히 수행해 6살 꼬마 권지연 양의 목숨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제 오전 '세월호'가 갑자기 기울면서 아비규환의 상태에 빠졌을 때 박 군은 여학생들에게 탈출을 양보한 뒤 갑판에 홀로 남아 있던 권 양을 구조했습니다.
박 군은 구명보트에 오르려는 순간 물에 흠뻑 젖은 채 갑판 위에서 울부짖는 꼬마 한 명을 발견하자 지체없이 꼬마를 들쳐 안고 구명보트에 뛰어올랐습니다.
박 군은 아기가 물에 흠뻑 젓은 채 울고 있어서 아무 생각이 없이 안고 구명보트로 뛰어내렸다며 섬에 도착해서 구조대원들에게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건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