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피싱 전화를 한 번 이상 받아보셨을 것입니다. 은행, 수사 기관, 우체국, 인터넷 쇼핑몰 등 사칭 대상도 무궁무진합니다. 피싱 사기 피해 소식을 그렇게 자주 접하는데도 또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그만큼 수법이 기발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전화를 거는 피싱 사기단은 보통 중국에 있습니다. 그리 유창하지 못한 한국어 실력으로 피싱을 시도하다 조롱을 받기도 합니다. 이를 빗댄 인기 개그 코너가 방영될 정도입니다.
피싱 사기의 본고장이다보니 중국은 우리보다도 피싱 사기가 더 극성입니다. 거의 하루에 한 번 피싱 사기와 관련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뉴스가 나옵니다. 저 역시 여러 차례 중국의 피싱 사기와 관련된 글을 취재파일에 올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 노인이 피싱 사기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해 눈물 겹게 노력한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며칠 전 베이징 하이딩구의 은행에 한 70대 노인이 허둥지둥 뛰어들어왔습니다. 은행원에게 다짜고짜 15만 위안, 우리 돈 2천6백만 원을 송금해야 한다며 송금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은행원이 누구에게, 무슨 이유로 송금을 하냐고 물어봤지만 노인은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빨리 돈을 보내야 한다고만 말했습니다.
은행원은 관할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알렸습니다. 황급히 경찰관 2명이 은행으로 출동했습니다. 은행에 도착해보니 문제의 노인은 한 손으로는 송금표를 쓰고 있고 다른 손으로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경찰관 한 명이 노인의 전화기에 귀를 바짝 들이대고 흘러나오는 상대방 말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 빨리 하세요. 몇 분 후에는 할아버지 계좌가 동결돼 돈을 찾으실 수 없게 돼요. 빨리 송금하셔야 해요." 경찰은 보이스 피싱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노인으로부터 전화기를 빼앗다시피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소속 기관과 해당 사건 번호를 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전화가 바로 끊겼습니다.
그런데도 노인은 자신이 사기를 당할 뻔 했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경찰관들에게 "내 돈이 묶여버려서 찾을 수 없게 되면 당신들이 책임질거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역정을 냈습니다. 빨리 송금시켜달라고 은행원을 윽박질렀습니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할아버지에게 지금 상황을 연기로 설명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한 경찰관이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아버지, 받으실 우편물에 할아버지 집 주소가 정확히 쓰여있지 않아 배달을 못하고 있어요. 저희가 우편물 배달을 위해 몇가지 여쭤볼께요. 정확한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신분증 번호는요? 나이는요? 배달료 때문에 그러는데 은행 계좌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네, 잘알겠습니다. 금방 배달해드릴께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이런 기록들을 다른 경찰관에게 넘겨줬습니다.
이번에는 기록을 넘겨받은 경찰관이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공안국입니다. 어디 사시는 누구시죠? 신분증 번호가 어떻게 되고요. 나이는 00세이고요. 할아버지 은행 계좌가 불러드린 번호 맞으시죠? 이 계좌가 대형 마약조직의 돈세탁에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사를 위해 부득이 할아버지 은행계좌를 동결시키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돈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이를 피하고 싶으면 지금 빨리 '안전계좌'로 돈을 옮기세요. 수사 때문에 2시간 밖에 못드립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시 처음 경찰이 이어 받습니다. "검찰원인데요, 방금 공안국에서 전화 받으셨죠? 네, 안내해드린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제가 공안국에 특별히 부탁해서 1시간 더 연장시켰습니다. 그러니 3시간 안에 '안전계좌'로 돈을 보내셔야 찾아서 쓰실 수 있습니다. '안전계좌'의 번호를 알려드릴테니 지금 빨리 은행에 가서 다시 이 번호로 전화하세요."

경찰들의 열정적이고도 실감 나는 연기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노인은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됐습니다. "대사 중에 몇 부분은 내가 들은 것과 다르지만 대체적인 상황은 아주 비슷하네요. 내가 사기를 당할 뻔 했군요." 그리고 경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차례 하고 돌아섰습니다.
그때 다른 할아버지가 한 손에 전화를, 다른 손에 송금표를 든 채 경찰들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15만 위안을 '안전계좌'로 옮기라는 공안국의 지시 때문에 왔는데 이것도 방금 본 연기와 같은 종류의 사기인가요?"
결국 이들 경찰관의 즉석 연극은 30만 위안, 약 5천2백만원 짜리가 됐습니다.
지금도 각종 피싱 사기가 우리를 노립니다. 갈수록 그럴 듯하고, 있음직 한 내용으로 속이려고 합니다. 만약 뭔가 수상하고 이상하다면 경찰에 전화를 걸어 안내를 받으세요. 위의 중국 경찰들처럼 즉석 연기를 해가며 설명해주지 않아도 막대한 손해를 볼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