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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손연재 '포에테 피봇' 확 줄였다!

남주현 기자

입력 : 2014.04.14 16:45|수정 : 2014.04.14 16:45


지난 주말 페사로 월드컵을 지켜본 리듬체조 팬이라면, 손연재 선수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포에테 피봇’을 훨씬 덜 돈다는 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포에테 피봇은 지난 시즌 손연재가 가장 주목 받았던 난도(기술)였죠. 종목별로 조금씩 달랐지만 18바퀴~19바퀴를 돌아, 성공하면 1.8점~1.9점을 받았던 기술입니다. 지난 시즌 손연재의 난도표(각 선수의 종목별 기술 순서 목록) 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했던 것이 포에테 피봇이기도 했습니다. 한 바퀴에 0.1점에 불과하지만, 횟수에 따라 점수 배점이 커지는데다, 피봇 자체가 빠르고 화려하기 때문에 손연재의 주특기로 꼽혔습니다.
(지난해 5월 취재파일 [‘포에테 피봇’ 그것이 알고싶다] 참조


 
그랬던 손연재가 올 시즌 포에테 피봇의 비중을 확 낮췄습니다. 볼과 곤봉에서 10바퀴를 돌고, 리본 종목에서는 11바퀴를 돌아 1.0점~1.1점으로 구성했습니다. 포에테 피봇의 배점을 낮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금 역설적이지만 점수를 더 받기 위해서입니다. 바꿔 말하면 점수를 확실히 챙길 수 있는 횟수만큼만 포에테 피봇을 돌고, 그만큼 남는 시간과 체력은 또 다른 기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포에테 피봇은 한 번 회전할 때마다 0.1점을 챙기지만, 중간에 축이 되는 다리가 움직이면 그 이후의 회전에 대해서는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18바퀴를 제대로 돌면 한 번에 높은 점수를 챙길 수 있지만, 예컨대 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져 3바퀴쯤 돌고 크게 움직인 뒤 15바퀴를 돌면, 0.3점밖에 받지 못하는 식입니다. 실제로 손연재는 지난 주말 페사로 대회 개인종합예선 첫날 후프에서는 18.100점을 받으며 개인 최고점을 새로 썼지만, 볼에서는 포에테 피봇 축이 흔들려 17.400점에 그쳤습니다. 만약 포에테 피봇 회전 수를 더 많이 구성했다면, 점수는 더 낮아졌겠죠. 애써 기술을 수행하고도 점수를 못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인 셈입니다. 종목별로 1분 30초(90초)로 제한된 시간에 여러 가지 난도를 구성해 10점 만점을 만들어야 하는 리듬체조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죠.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도 포에테 피봇의 비중을 낮춘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손연재는 올 시즌, 기존의 우아한 발레리나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프로그램을 확 바꿨습니다. 특히 리본 프로그램에서 아랍 무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안무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고, 국제 심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백조의 호수’ 배경음악에 맞춰 흑조 연기를 하며, 유독 발레 이미지가 강한 포에테 피봇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다가 이번 시즌 확 줄인 것이 손연재의 변신에 힘을 실어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 손연재의 네 가지 프로그램 가운데 포에테 피봇 대신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한 난도는 리본 안무에 포함된 아라베스크 피봇 3회전에서 퐁쉐 밸런스로 연결되는 1.6점짜리 혼합난도입니다. 피봇을 돈 뒤 중간 스텝 없이 밸런스로 연결하는 고난도 동작으로, 손연재가 피봇과 밸런스를 연결한 혼합난도를 실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계 최강 러시아 선수들을 비롯한 유럽 선수들과는 시작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그만큼 빠르진 않지만, 차근차근 새로운 기술을 익혀가며 벽을 하나씩 넘어서는 손연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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