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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참여재판 번역안내 안한 외국인 재판은 무효"

입력 : 2014.04.13 06:13


기소된 외국인에게 자국어로 번역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송달하지 않고 진행한 재판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필리핀인 A(38)씨의 항소심에서 "절차에 위법성이 있다"며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내연 관계에 있던 N(37·여)씨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공소장 부본(副本)과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의사확인서를 받았다.

공소장은 한국어본과 A씨의 모국어인 영어·타갈로그어로 된 번역본 모두 있었지만, 국민참여재판 관련 서류는 별도의 번역 없이 한국어본만 송달됐다.

이후 공판이 열렸고,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문제는 A씨의 항소로 열린 2심 재판에서 드러났다. 기록을 살피던 재판부는 송달된 국민참여재판 관련 서류가 A씨의 모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1심 재판부가 그에게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묻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A씨는 2심 첫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사건을 1심을 진행한 수원지법 안산지원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인 피고인도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피고인에게 번역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와 의사확인서를 함께 송달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의 중대한 위법으로, 이를 시정해 다시 재판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우리 국민뿐 아니라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권리자로 포괄하기 위해 법률 제정 당시 '누구든지'라는 표현을 택한 것으로 안다"며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내국인에 준하는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법제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