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 가격이 올랐다
1970~80년대 '비싼 과일'의 대명사였던 바나나는 90년대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싼 과일'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이후 남녀노소의 간식으로 각광 받으면서 바나나 매출은 대형마트에서 1년 내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필리핀에 잇따른 태풍으로 바나나 농장이 큰 피해를 보면서 바나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대형마트 바나나 담당자는 "바나나 나무들이 뽑힐 정도여서 피해 복구를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태풍 때문에 물량은 줄었는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수입량도 덩달아 늘어나는 시기가 되면서 가격 상승은 더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대형마트 측은 매년 3월에서 6월 사이에는 우리나라 외에 중국, 일본, 중동지역에서 바나나 수요가 폭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필리핀 바나나 가격은 지난해 한 박스에 2만6천원하던 것이 최근 20% 이상 올랐습니다.
◇ 다른 수입선을 찾아라
결국 바나나 가격은 "조금 올라도 사먹겠다"는 소비자들의 한계에 다가갔습니다. 유통업계는 부랴부랴 필리핀 대신 바나나를 수입할 수 있는 지역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 대형마트가 바나나 수입국으로 고려했던 나라는 에콰도르, 스리랑카 등 10여개국에 달합니다.
대형마트들은 수입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운송비와 인건비를 고려한다고 합니다. 운송비를 감안하면 거리가 가까울수록 좋지만, 사람이 손으로 작업하는 단계가 많은 바나나 농장의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아 2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남미나 인도양 상의 국가들은 인건비가 필리핀과 큰 차이가 없거나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찾은 곳이 아프리카 모잠비크입니다.
◇ '모잠비크 바나나'
지난 주말부터 한 대형마트가 모잠비크 바나나를 처음으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모잠비크는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에 접해있는 나라입니다.
대형마트 측은 필리핀의 경우 기후 특성상 3월과 6월 사이에 수확량이 줄어들지만, 오히려 아프리카는 지금이 수확량이 가장 많은 시기라고 설명합니다. 또 이 대형마트는 밤낮의 기온차가 큰 사막기후의 영향으로 당도도 높다고 주장합니다.
"거리가 멀어서 운송비가 더 들지 않을까"하는 의문도 있지만, 대형마트측은 "인건비가 필리핀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 판매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필리핀 바나나 가격보다 조금 싸게 내놓고 있습니다.
◇ 과일 산지 다양화, 우즈베키스탄 체리까지…
이처럼 최근 몇 년동안 과일 수입선은 유통업체 주도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국내 유통 바나나의 대부분이 필리핀산이지만, 소량이라도 바나나를 수입하는 국가는 2014년 현재 16개국까지 늘었습니다. 10년전 주로 인근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하던 상황에 비해 수입선이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은 다른 과일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겨울 미국의 한파 때문에 오렌지 물량이 부족하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스페인이나 이집트 같은 다른 곳으로 즉시 눈을 돌리는 것도, 그 동안 많지 않은 양이라도, 꾸준히 대체 수입했던 경험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우즈베키스탄 체리, 이스라엘 자몽, 남아프리카공화국 멜론, 칠레 레몬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식품 안전과 가격 경쟁을 위해 다양한 수입선을 찾으려는 유통업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소비자들이 즐기는 과일 맛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