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사이의 외교 갈등이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갈등의 진원지는 기본적으로 일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지속적인 군사력 강화와 군국주의 시대 역사를 부정하는 태도가 3국 갈등의 출발입니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기본으로 한 전후체제를 탈피해 이른바 ‘정상 국가’로 거듭나겠다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의 명분으로 북한을 거론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건 동맹국이 제3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자신이 공격받은 것과 같이 군사 대응에 나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미군이 북한이나 중국의 공격을 받은 경우 일본 자위대가 직접 군사력을 전개한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헌법 해석을 통해 일본이 직접 공격받은 경우가 아닌 동맹국이 공격받은 경우로 자위권 행사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일본을 지금의 번영으로 이끈 평화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습니다.
아예 개헌을 시도하려 했지만 당장 여의치 않자 정부의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착착 진행 중입니다. 물론 연립 여당 안에서도 이런 건 정식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개헌을 해야지 헌법 해석을 바꾸는 이른바 ‘해석 개헌’으로 할 일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집단적 자위권을 위한 관련 법률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미국의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밝혔습니다. 여러 차례 보도되었지만 국방비를 줄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의 한 축을 일본이 맡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이런 미국의 이해관계에 딱 들어맞는 일입니다. 중국의 반발은 물론 같은 동맹국인 한국의 부정적 기류는 일단 미국의 실익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으로 군국주의 시대 일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호위함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의 항공모함을 진수시켰습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보다는 작지만 우리 독도함에 비해서는 훨씬 큰 규모입니다. 올해는 우리의 해병대와 같은 상륙전 부대도 창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 해병대를 모델로 상륙돌격 장갑차는 물론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를 갖춰 강력한 기동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은 3천 명으로 시작하지만 계획대로 부대가 구성되면 최종적으로는 독자적인 함정도 없고 헬기도 없는 우리 해병대를 훨씬 능가하는 전력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 올해 미국 해병대와 합동 훈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런 군사력 증강의 한편으로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은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해 국제 사회에 했던 그동안의 사죄를 부인하는 듯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총리가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들까지 합사해놓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적으로 참배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중국과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 문제 삼은 것은 A급 전범들에 대한 참배인데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부전의 결의)’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놨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전몰자’들을 추모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며 A급 전범들조차 전몰자로 미화했습니다. 전쟁을 마무리하면서 내려진 도쿄전범재판소의 판결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수시로 난징 대학살은 거짓말이라거나,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상식을 뛰어넘는 발언들이 튀어나옵니다. 아베 총리의 측근들이 앞다퉈 이런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역사 도발을 감행합니다. 이런 발언들 때문에 ‘이미 충분히 반성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침략 역사를 사과하라는 거냐’는 일부의 항변이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여러 차례 반성했다는 건 그만큼 여러 번 과거의 사과와 반성을 뒤엎는 말을 했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를 둘러싸고는 물리적 충돌 양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실력 행사 수위가 올라가면서 이 수역에서는 실질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서둘러 상륙전 부대를 창설하기로 한 것도 이런 측면을 감안한 걸로 보입니다. 미국은 센카쿠에 대해서는 미일상호방위조약 적용 대상이라며 대놓고 일본을 두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이 모든 교과서를 고쳐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명기해 어린 초등학생들에게까지 가르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상륙전 부대의 표적이 독도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갈등이 확대되는 모양입니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도 중국의 ‘동북아역사공정’을 둘러싼 역사 갈등과 함께 서해 해상 경계선 획정 문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 단속 문제, 이어도 주변 수역 관할권 문제 등으로 갈등이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단순히 정부 사이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일반 국민들 사이의 감정이 악화되는 것이 수치로 확인되는 겁니다. 한국과 중국 국민들 사이의 대일 감정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과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도 급락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류 드라마의 일본 내 방영이 급감한 것도 여기서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중일 세 나라는 어쩔 수 없는 이웃 국가입니다. 세 나라 사이에는 이 때문에 정치적, 감정적 대립과 갈등 양상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경제적, 인적 교류와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항공편만 봐도 1주일에 세 나라 사이를 왕래하는 항공기가 2천4백이 넘습니다. 문화적으로도 아무리 한류가 일본에서 퇴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한국 한류 붐의 큰 소비처입니다. 중국에서도 한류 붐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도 한국, 중국과 협력 없이는 안정적인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습니다. 싸우면서도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은 세 나라 모두에게 딜레마인 셈입니다.
이런 세 나라 사이의 갈등에 언론 보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9일에 걸쳐 세 나라 기자 14명이 함께 세 나라 당국자들을 취재하는 일종의 교류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글은 세 나라 기자들을 모이게 만든 배경에 대한 얘기인 셈입니다. 물론 기자들이 갈등을 만든 것도 아니고, 결론은 자국의 시청자, 독자들만 생각해서 국수주의적 보도를 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기자들이 3국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제일 큰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언론으로서는 사실을 제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게 정부 사이의 갈등은 물론 국민들 사이의 감정을 불필요하게 악화시키지 않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물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한다는 것에는 갈등 사안의 원인이나 엇갈리는 주장을 충실히 전해주는 것이 포함됩니다.
이번 3국 공동 취재를 주관한 곳은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 영어로는 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 (TCS)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한중일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체결된 3국 간 조약에 의해 설립된 국제기구입니다. 하지만 외교를 담당하는 기자들 외에는 이런 기구가 있는 것조차 잘 모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쨌든 이번 공동 취재를 통해 세 나라 기자들이 현재의 세 나라 사이의 갈등 국면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세 나라 사이의 협력이나 문화적 공통점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세 나라 외교부가 현재의 갈등을 바라보는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중국에서 시작해서 세 나라별로 갈등을 대하는 태도를 비교하면서 문제 해결 가능성을 짚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