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해에서 있었던 북한의 포 사격 때문에 조업을 못 나갈까 봐 걱정했는데 출어를 할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이 개방된 오늘(1일) 새벽.
강원 고성군 현내면 대진항에서 만난 한 어민은 속초해경 대진출장소에 저도어장 입어신고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3개월 만에 이뤄진 첫 출어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도어장은 동해 어로한계선과 북방한계선(NLL) 사이에 있는 어장입니다.
매년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고성군 현내면 초도어촌계와 대진어촌계 어민들에게 한시적으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한시적 개방 첫날 해경 경비정을 타고 조업현장을 찾았습니다.
새벽 5시15분 대진항을 출발한 속초해경 50t급 경비정은 10여 분을 달려 어로한계선상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바다는 어장에 들어가려는 어선들로 이미 북새통이었습니다.
어장에 들어가려면 해경의 점호를 거친 뒤 모두가 함께 출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점호는 어장에 출어하는 어선들이 해경 경비정 앞을 지나가면서 배 이름과 승선인원수가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면 해경은 이를 받아 적는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점호가 끝난 오전 6시.
출발을 알리는 해경경비정의 사이렌이 울리자 출발을 기다리던 어선들이 어장을 향해 일제히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도어장에는 125척의 어선이 출어했습니다.
100척이 넘는 어선이 전속력으로 바다 위를 질주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습니다.
어로한계선에서 어장까지는 불과 2∼3분, 눈 깜짝할 사이에 어장에 도착한 어민들은 각자 조업 위치를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잠수부와 해녀들을 태운 관리선은 수심이 얕은 연안 쪽, 문어를 낚시로 잡는 문어 연승 어선은 수심이 상대적으로 깊은 어장 안쪽으로 조업 구역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북쪽으로는 북한 땅 해금강 지역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습니다.
10여 분이 지나 문어 연승 어선들이 바다에 뿌려놓은 낚싯줄을 감아올리자 크고 작은 문어들이 걸려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1∼2㎏ 정도의 작은 것에서부터 20㎏은 돼 보이는 엄청나게 큰 문어도 보였습니다.
잠수와 해녀들은 연방 자맥질을 하며 성게와 해삼, 미역 다시마 등 수산물 채취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용진호 강범선(55) 선장은 "첫날 조업에서 문어 30㎏ 정도를 잡았다"며 "저도어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어민들이 이처럼 조업에 열중하는 사이 해경 경비정과 해군 함정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어장경계에는 해경 경비정 4척과 해군함정 2척이 투입됐습니다.
이들 함정은 어선이 어장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하고 혹시나 이탈하는 어선이 있으면 경고방송을 통해 곧바로 제지했습니다.
속초해경은 최근 조성된 남북 간 긴장국면과 관련, 저도어장에 배치된 경비정 수를 배로 늘렸습니다.
류춘열 속초해양경찰서장은 "어제 서해 5도 부근에서 있었던 북한의 도발적 훈련 상황 관련, 저도어장에 해경 경비정 두 척을 추가 배치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해군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여름철 출어시간을 30분 앞당기고 어장 출어 최소 선단의 어선 수도 기존 10척에서 8척으로 2척 줄였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