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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토] 불법인 줄 알면서…양수기로 개불 포획

입력 : 2014.04.01 14:45|수정 : 2014.04.01 15:01


갯벌에 양수기 호스를 집어넣고 물을 뿜어 내자 깊이 숨어 있던 개불이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그러자 어민들이 갯벌에 떨어진 개불을 손으로 집어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갯벌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씩 금을 그어 놓고 어민 2명이 양수기로 3분 동안 모두 38마리의 개불을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민 4명이 삽을 들고 갯벌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삽날이 개불이 사는 40∼50㎝까지 파고드는 데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5분 30초 동안 낑낑거리며 삽으로 잡은 개불은 12마리.

그나마 4마리는 삽에 찍혀 팔지 못할 정도로 상품가치가 떨어졌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석촌리 어촌계 어민들이 어제(3월 31일) 경기도청 농정해양국 수산과 공무원 3명 앞에서 개볼 포획작업을 비교 시연을 했습니다.

양수기로 개불을 잡지 못하면 어민들이 먹고살기 어렵다는 것을 하소연하려고 준비한 이벤트였습니다.

지난달 17일 양수기로 개불을 잡던 석촌리 어촌계 어선 23척이 평택해경에 단속을 당했습니다.

어업면허의 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11조(마을 어업의 포획·채취방법 등)는 낫, 호미, 칼, 괭이, 삽으로만 어장구역 내 수산 동식물을 채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양수기로 개불을 잡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고 어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봐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은 생태계 변화로 딱히 먹고살 만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불법 개불 포획

석촌항에서 배를 타고 40여분을 가면 중앙천퇴(일명 노수펄)라는 마을 어장(173㏊)이 나옵니다.

밀물 때는 잠겨 있다가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갯벌입니다.

이곳에는 바지락이 풍부해 마을주민의 주 소득원이었습니다.

석촌리 어촌계 134명의 어민이 바지락을 잡아 어민 1인당 평균 3천500만원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6년여 전부터 바지락이 줄기 시작하더니 2012년 겨울부터 바지락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바지락이 있던 갯벌에서는 개불이 서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지락과 개불은 서식환경이 전혀 달라 함께 살지 않습니다.

석촌리 바지락어장은 평택항로와 인접해 있습니다.

평택항 당진화력발전소 항로 개설로 말미암은 준설과 화성호 방조제 공사로 어장의 모래가 쓸려나가면서 바지락이 없어졌다는 것이 어민들의 생각입니다.

대신 갯벌 40∼100㎝ 깊이에서 서식하는 개불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바지락을 대신해 개불이 석촌리 어촌게의 주 수입원이 됐습니다.

바지락은 1㎏에 1천500∼1천700원이지만, 개불은 한 마리당 450원을 받습니다.

1㎏에 20여마리로 추산했을 때 9천원을 받을 수 있어 바지락보다 6배 이상 남는 장사입니다.

지난달 어촌계에서 2차례 포획작업을 했는데도 개불 20만마리 9천만원어치를 잡았습니다.

물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8∼10일, 하루에 2시간밖에 잡지 못합니다.

문제는 개불을 잡는 시기가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겨울철에 국한된다는 것입니다.

산란기인 4월부터 6월까지는 상품가치가 없어 잡지 않습니다.

갯벌 깊이 살기 때문에 고령화된 어민들이 삽으로 잡기에는 수확량이 적어 생계를 꾸려갈 만큼 돈을 벌 수 없다고 어민들은 하소연합니다.

석촌리 어촌계 134명 가운데 20대와 40대가 2명씩이고 나머지는 모두 50∼80대입니다.

박명진(63) 석천리 어촌계장은 "고령의 어민들이 삽으로는 힘들어 많이 잡을 수도 없고 배 기름 값도 안 나온다"면서 "최소한 먹고살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개불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어민들은 자기네 어장에서 개불을 싹쓸이해가는 군산 등 외지 형망어선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석천리 어민들이 해경에 단속된 것도 외지 어선을 해경에 신고한 데에 따른 보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택해경은 "민원 신고가 접수돼 석촌리 어민들을 단속했다"면서 "어민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불법행위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석촌리 어민들은 시청과 경기도청을 찾아와 양수기 개불 채취를 합법화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최근 대통령이 나서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규제개혁 대상에 포함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경기도청은 신중합니다.

양수기 포획이 불법인 만큼 어민들에게 불법행위 자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어족 자원도 보호하면서 생계가 걸린 어민들의 소득증대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박영일 어업자원팀장은 "각종 사업으로 생태계 변화가 생긴 만큼 어민들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서해수산연구소에 자문하고 해양수산부에 사정설명도 하면서 제도개선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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