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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과자값…'과자 과대 포장의 비밀'

김종원 기자

입력 : 2014.03.30 17:49


마트에서 과자 7개를 샀습니다. 회사별로, 제품 종류별로 요즘 인기 많다는 상자 과자 7개를 골라 들었습니다.

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7개에 2만 5천 원이랍니다. 그래도 상자가 워낙 화려하고 큼직큼직해서 요즘 물가에 크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런데 포장을 까보니 얘기가 달라집니다. 상자를 열면 낱개로 하나하나 봉지 포장이 돼 있습니다. 이 봉지까지 다 까서 알맹이만 늘어놔 보니 부피가 정말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심지어 이 7종류의 과자를 차곡차곡 모아서 상자 하나에 넣어보니까 그대로 쏙 다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상재를 굳이 7개 쓸 필요 없이, 그냥 상자 한 곳에 다 담아도 무관하다는 얘기인 겁니다.

실제로 얼마 전 소비자원도 이렇게 내용물보다 포장지가 4~5배씩 뻥튀기 된 사례가 많다고 발표하기도 했었죠. 인터넷에선 요즘 그래서 하루가 멀다고 뻥튀기 포장을 비난하는 패러디 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해외 과자와 포장을 비교하는 사진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요.

이런 소비자 불만에 대해 제과업체는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대답합니다. 과자가 깨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요. 과자 크기에 맞게 포장을 하면 유통과정에서 서로 부딪혀 파손이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상자에 정확한 용량을 표시해 놨기 때문에 소비자를 속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취재진은 이것도 실험해 봤습니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 패키징 학과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 교수님과 함께 상자 과자 세 종류를 다시 포장해 봤습니다.

오리온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4개들이 제품, 롯데 갸또 6개들이 제품, 그리고 롯데 칙촉 12개들이 제품이었습니다. 포장을 모두 뜯어낸 뒤, 비닐로 된 속 포장까지 적정 크기로 다시 해 봤습니다.

그러자 마켓오 리얼브라우니의 경우 크기가 60%나 줄어들었고, 플라스틱 받침대까지 들어있던 갸또는 크기가 40% 줄었습니다.

칙촉은 30%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절반 넘게, 혹은 절반 가까이 크기가 줄어들고 나니 전혀 다른 제품처럼 보였습니다.

자, 그렇다면 제과업계 말대로 이렇게 포장이 줄어들면 과연 더 잘 깨질까요? 똑같이 1미터20센티미터 높이에서 낙하실험을 해 봤습니다.

브라우니나 갸또 같은 빵 형태의 제품은 원제품이든, 취재진이 재포장한 제품이든 낙하 충격에 전혀 깨지지 않았습니다. 제품 크기에 딱 맞게 포장을 하다 보니 당연히 상자 안에서 제품끼리 흔들려 배열이 흐트러지지도 않았고요.

그런가 하면 쿠키인 칙촉의 경우는 원 제품이 2개, 크기를 줄여 재포장한 제품이 3개가 깨져서 파손율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포장만 제대로 한다면 제품 크기에 맞게 상자를 확 줄이더라도 제품 파손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단 겁니다.

자, 그러면 의문점이 남습니다. 제과회사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진대, 왜 원가 더 들여가면서 일부러 이렇게 크게 포장을 하는지 말이지요. 이 의문점은 소비자 심리 테스트에서 다소 해소됐습니다.

앞서 재포장한 제품들을 들고 한 대학교 강의실을 찾아 학생 100여 명에게 물어봤습니다. 원 제품의 커다란 상자에서 무늬를 모두 가리고, 취재진이 60% 줄인 크기로 새로 만든 상자와 함께 비교를 해서 보여줬습니다.

둘 다 가격이 3천 원인데, 사 먹을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커다란 상자를 보고는 20명 정도가 사 먹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성냥갑만한 작은 상자를 보고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안에 내용물은 똑같이 브라우니 4개가 들어 있었는데 말이지요.

한마디로, 내용물이 똑같더라도 포장지 크기만 가지고 가격을 올리고 내릴 수 있단 얘깁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소비자 기만이라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선택할 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감각이 시각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포장이 크고 화려하면 실제 내용물과는 상관 없이 더 고급스러워 보이고, 그러다보면 가격이 다소 비싸도 그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단 겁니다.

아무리 포장지에 그람 수가 써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제품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것이지요.

연세대학교 패키징 학과의 박수일 교수는 환경을 걱정합니다. 현재 나오는 과자들이 '몸에 좋은 유기농'을 표방하며 고급화 정책을 펼치다 보니 포장지가 갈수록 고급스러워 진단 겁니다. 포장 원재료로 고급 펄프가 쓰이는데, 문제는 쓸데없이 포장지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자원 낭비가 심각해 지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다 먹고 난 뒤에 폐기물 처리는 또 어떻고요. 50%~60%씩 뻥튀기 된 포장지들이 쏟아져 나오니 이 과자 포장지 치우는 데에만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바보는 아니지요. 벌써 몇 년 전부터 과자의 과대포장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더니 결국 행동에 나선 것 같습니다.

수입 과자 매출이 최근 2배 넘게 늘었다는 겁니다. 반면 국내 과자 매출은 아주 찔끔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지요.

과대 포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제과없계는 이제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겁니다. 자세한 실험 내용은 오늘 저녁 8시, SBS 8뉴스 '생생리포트'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