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해외 여성토론회에 참가한 북측 대표들은 과거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열거하면서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측 참가단 단장인 김명숙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일제는 철부지 소녀부터 유부녀에 이르기까지 20만명의 조선 여성들을 닥치는 대로 강제 연행해 국내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 남태평양 군도까지 끌고 다니며 성노예 생활을 강요한 뒤 나중에는 집단 학살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는 1991년 4월 발견된 일본군 위안부 명단과 1992년 1월 일본 방위성 문서고에서 발견된 문서, 생존 피해자들의 증언, 일제 침략군 병사들의 양심선언 등을 통해 그 진면모가 만천하에 드러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일본은 패망한 지 70년이 돼가는 오늘까지도 피해국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커녕 과거의 죄행을 전면 부정하고 미화하며 재침략의 길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일본 당국과 우익세력이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데는 군국주의를 부활시켜 '대동아공영권'의 옛꿈을 실현해보려는 야심이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과 남, 해외의 모든 여성이 사상과 이념, 견해와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비롯한 일본의 과거 침략 행위와 반인륜적인 범죄를 총결산하기 위한 거족적인 투쟁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세계적으로 서명운동과 규탄집회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또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강탈 책동을 분쇄하기 위한 민족 차원의 대중운동을 전개하자고 호소했다.
리현숙 조선불교도연맹 전국신도회 부회장은 "일본 정부는 빗발치는 규탄에 1993년 마지못해 고노담화를 통해 위안부 범죄의 강제성과 국가권력의 개입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면서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 당국자들은 성노예제도가 애당초 범죄가 아니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고노담화의 재검토를 운운하며 성노예범죄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 부회장은 "일본이 고노담화 검증론을 거론하는 것은 결국 고노담화를 철회함으로써 성노예범죄 부정을 정책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4년 동안 세계 각국의 국회는 총 55건의 '성노예문제 결의안'을 채택했고 미국에서도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일본군 성노예문제가 인류 공동의 과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 문제를 결산하지 못하면 역사와 선조들, 후손들이 우리를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부회장은 일본 당국에 ▲일본군 성노예범죄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 ▲국가 명의의 정식 사죄 및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배상 ▲일본군 성노예범죄 등 반인륜범죄의 교과서 기술을 촉구했다.
리정희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연구사는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리 연구사는 "지금 일본에서는 군국주의 망령들이 참배의 대상이 되고 '강한 군대'를 가진 '강한 일본'을 되찾는다는 살벌한 군국주의 바람이 세차게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교과서들에 우리 민족에 대한 40여년 간의 식민통치가 '근대화를 도와준 것'이고 아시아 침략을 '백인들의 지배로부터 아시아를 해방하기 위한 전쟁'으로, '일본군의 진출이 여러 나라에 독립을 가져왔다'고 버젓이 서술하고 있는 것은 파렴치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리 연구사는 "일본의 침략이 없었다면 슬기로운 우리 민족은 지금처럼 분열의 비극을 당하지 않고 세상이 부러워하는 단일국가, 단일민족이 되었을 것"이라며 "일본이 과거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군국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멸의 길이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