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가 협력업체 직원들에 의해 1억원 어치가 넘는 전선을 도난당하고도 1년 가까이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조선소 자회사의 보안팀은 훔친 전선을 싣고 이동하던 차량을 두 차례나 붙잡고도 검문 직전에 차량을 버리고 달아난 용의자들을 놓쳤다.
경남 거제시 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상선에서 배선 작업에 사용하는 전선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3월말부터.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말 현장 작업자들이 전선 물량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무려 4천만원 상당의 전선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됐다.
전선 절도 피해 사실을 접수한 보안팀은 검문에 나섰고 지난 1월 조선소 내에서 범행 중인 차량을 두 차례 붙잡았다.
그러나 차량에 탑승한 남성들은 그때마다 현장에서 달아났다.
차량번호 조회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차량을 소유한 협력업체에서 수상한 점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출동 당시 보안팀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이들의 얼굴이 찍혔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야간 근무자 4천여명을 대상으로 절도 등 전과를 조회했고 탐문과 잠복을 시작했다.
2개월 가까운 수사 끝에 전선 절도는 이 조선소에서 도장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강모(31)씨 등 3명이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을 시인한 이들은 오후 5시30분에 출근, 다음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하는 야간 근무조였다.
이들은 주로 오전 2시부터 오전 4시까지 심야를 틈 타 최근 1년 동안 68차례에 걸쳐 1억2천631만5천원 상당의 구리 전선을 훔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준비한 절단기로 30∼40㎝ 크기로 전선을 잘라 배낭에 담았고 배선 작업을 하고 남은 전선도 챙겼다.
이들은 회사 내에서 운행하는 1t 트럭에 전선을 싣고 사내 주자창으로 이동, 출근하며 타고 온 자신들의 차량 트렁크에 전선을 옮겨 유유히 조선소를 빠져나갔다.
강씨 등은 편의상 조선소 내에서 운행하는 상당수 트럭 내부에 차량 열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문이 열린 채 주차된 차량을 번갈아가며 타고 전선을 옮겼다.
훔친 전선 대부분은 시세의 ⅓ 정도 가격으로 고물상에 바로바로 넘겨졌다.
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4천154만5천원을 유흥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조선소 자회사의 용역업체 소속 경비원인 강씨의 친동생(25·절도 등 전과 5범)이 훔친 전선 일부를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데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협력업체 직원 강씨 등 3명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경비원 강씨는 장물운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훔친 전선을 사들인 고물상 업자 양모(59)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최근 송치했다.
강세환 거제경찰서 강력4팀장은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는 조선소가 자재와 차량 관리 등 내부적으로 너무나 허술한 체계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거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