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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왜 어떤 언론사는 '세 모녀 사망사건'을 다루지 않았을까?

박원경 기자

입력 : 2014.03.22 09:07|수정 : 2014.03.24 17:11

자살 보도에 대한 고민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유족과 주변인, 현장에서 발견된 봉투와 봉투에 적힌 글을 토대로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세 모녀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적 반향은 컸습니다. 현재의 사회복지체계가 세 모녀의 경제적 어려움을 발견해서 관리하지 못 했다는 반성이 일었습니다. 그 결과 각 지자체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 모녀의 사망 소식에 사회적 반향이 일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기자들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도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현장과, 집 주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을 취재했습니다. 그런데 27일 당일, 세 모녀의 사망 소식이 저희 SBS 8시 뉴스에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저희와 같이 메인 뉴스에서 소식을 다루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반면, 일부 언론에 사건이 알려진 다음 날인 28일에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해당 사건을 다뤘습니다.

생활고 모녀 메모

◈ 왜 일부 언론사는 세 모녀 사망 소식을 지난달 27일 다루지 않았을까?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은 언론사들은 세 모녀의 죽음이 '자살'로 강하게 추정되는 상황에서 보도하게 될 경우 또 다른 자살을 야기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대다수의 언론사는 자살보도와 관련된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자살 보도는 가급적 최소화하고, 보도를 하더라도 자살 방법을 추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은 삼가라는 내용입니다. 유명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살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또 다른 자살을 야기하는 베르테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반면, 관련 소식을 다룬 곳은 세 모녀의 죽음이 가져올 사회적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을 겁니다. 큰 딸은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았고, 둘째 딸은 신용불량자가 된 상황이다 보니 60대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주변인에 대해 관심이 없는 현대인을 반성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또,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에서는 소외되어 있으니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도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선정적으로 제목을 달아서 클릭 수를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기사를 쓴 곳도 적지는 않았겠죠.

어느 쪽이든 의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모녀의 사망 소식이 매스컴을 탄 이후 생활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물론, 해당 사건이 평소에도 많이 발생하다가 '생활고'로 인한 사망사건이 이슈화되자 평소보다 많이 언론에 노출됐을 수도 있습니다. 또, 세 모녀의 사망 사건에 대한 보도가 또 다른 사건의 계기가 됐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세 모녀의 사망 사건에 대한 보도가 또 다른 죽음의 계기가 되지 않았다고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자살 사건은 자살 사건 보도가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난 달 27일, 세 모녀 사망 사건을 보도 하지 않았던 언론사들의 고민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세 모녀 사망 사건을 보도하면서 우리 복지 제도에 대해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것을 보면 세 모녀 사망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들의 의도도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전반에 복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회적 메시지도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대대적인 점검이라는 것이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이 안 된 상태에서 사회복지공무원에 대한 업무만 과중 시켜 또 다른 비극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해당 보도로 인해 또 다른 죽음이 야기됐다면 우리 사회 복지 시스템을 점검하자는 보도 목적은 그것을 감수해야할 정도로 중요했던 것인지는 또 다른 고민거리 입니다.)

어떤 식이든 의미도 있고, 그 속에 고민이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자살 사건을 취재하게 되는 기자들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많은 것이 확인되지 않았던 지난달 27일, 속보 경쟁이 붙으면서 사건 현장에 대한 묘사나 유족이나 지인의 전언과 같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런 식의 보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을 벗어나서 사회적 메시지는 충분히 전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고민했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을 이해한다면 시청자분들도 왜 인터넷과 SNS 등에서 크게 회자되었던 소식이 어떤 방송사 뉴스와 신문사 지면에는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는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관련 소식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소식을 전하는지 면밀히 살펴 본다면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사의 고민의 깊이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지난해 언론인과 심리학자, 의학자들이 만들어서 배포한 보건복지부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입니다.

1.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2.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합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4. 자살 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5.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합니다.
6.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 보도를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7.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 합니다.
8.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9. 인터넷에서의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