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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과거사 진정성 조치, '아베 발언' 평가 잣대

입력 : 2014.03.17 11:12

"오바마 순방 때까진 한일정상회담 서둘지 말고 지켜봐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고노(河野)담화 미(未)수정 발언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전까지 한일 정상회동을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구체적인 조치가 행동으로 나타날 때까지 정상간 만남은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17일 "한일 내지 한미일간 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인데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싶다"면서 "(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늘 이야기한 진정성 있는 조치에 대해 일본이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국과 화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 등에 보이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이라면서 "일본이 행동은 없이 방향만 바꾼 것인데 태도가 좀 달라졌다고 정상회담까지 하는 것은 이르다"고 밝혔다.

'선(先) 진정성 조치, 후(後) 정상회담'으로 요약되는 이런 입장에는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고민이 깔려있다.

정상간의 만남이 한일관계의 개선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려면 그전에 충분한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라는 메가톤급 도발로 고위급 교류를 전면 보류하면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선제 조치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태도 변화가 없으면 한일간 고위급 교류 역시 '이벤트'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한일간 최고위급 만남까지 거론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본이 아베 총리의 발언에 부합하는 후속 조치를 않는 이상 아베 총리의 발언은 그야말로 '립 서비스(구두선)'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여전히 고노담화 검증을 거론하는 등 일본의 진의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일본의 분명한 태도 변화를 강조해온 우리 정부가 입장을 번복, 이번에 한일 정상간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우리가 얻을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한일 정상이 만날 경우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그래도 조심해 온 아베 내각이 부담을 덜고 과거사 도발 수위를 오히려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24∼25일 열릴 핵안보정상회의 직후에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다음달에는 야스쿠니신사 춘계 예대제(제사) 일정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나온 일본 아베 총리의 발언을 토대로 일본의 행동 변화를 강하게 압박,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토대를 이번에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정상간 만남은 이런 조건이 마련된 뒤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홍현익 연구위원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 이후까지 지켜본 뒤에 정상회담을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