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명암 갈린 북한 '백두혈통' 공주들의 운명은?

입력 : 2014.03.17 10:58


장성택 숙청 이후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일컫는 북한 김씨 일가 여성들의 엇갈린 운명이 눈길을 끕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유일한 친여동생인 김여정이 중앙 권력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친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는 '지는 해' 처지가 됐습니다.

김여정은 지난 9일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소에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하고 공식 등장, 향후 김정은 체제의 핵심 인사가 될 것을 대내외에 예고했습니다.

김여정의 공식 행보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오늘(17일) 보도된 김 제1위원장의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 수행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김여정의 공연 관람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퍼스트레이디로서 리설주의 지위에 이상이 생겼다고 볼 수는 없지만 김여정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줍니다.

김여정의 정치적·상징적 역할은 시작부터 고모 김경희를 뛰어넘는 모양새입니다.

김여정은 27세의 어린 나이에 최고지도자의 수행자 명단에 포함, 권력의 전면 등장을 과시한 반면 김경희는 1987년 당 경공업부장을 맡기 전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 수행원으로 보도된 적이 없습니다.

김여정은 또 당 국제부와 경공업부에서 활동했던 고모와 달리 권력의 핵심부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김여정은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 노동당의 양대 축인 당 선전선동부의 과장 겸 최고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 행사과장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선전선동부에서 일을 하거나 조직지도부로 자리를 옮겼을 수도 있습니다.

그가 현재 어떤 직책을 가졌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으로 언론에 이름을 알렸다는 점에서 차관급 직책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여정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 수행 때 황병서(조직지도부)·홍영칠(기계공업부)·마원춘(재정경리부) 당 부부장 다음에 호명됐습니다.

이러한 김여정의 '화려한 등장'은 김경희의 '몰락'을 더욱 두드러지게 합니다.

김경희는 지난해 12월 초 남편 장성택 숙청 이후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일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제13기 대의원 선출 여부도 불분명합니다.

2009년 있은 12기 명단에는 두 명의 김경희가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한 명만 선출됐고, 정부는 김경희의 탈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기부터 김정일 체제 전 기간, 특히 김정은 체제에서 정치국 위원과 대장 계급장을 달고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김경희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끝난 셈입니다.

김씨 일가 두 여성의 엇갈린 운명은 일단 백두혈통의 세대교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장성택 처형에 따른 김정은 친정체제의 탄생 때문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국정 운영에서의 역할도 김정은 체제의 김여정과 김정일 체제의 김경희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경희는 부친 김일성 주석의 건재와 철권통치자 김정일 위원장의 그늘 밑에서 국정에 개입하지 않은 채 주로 오빠와 김씨 일가의 사생활을 돌보는 내조자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김여정의 경우 김정은 제1위원장을 곁에서 보필하면서 권력 핵심부의 여론을 종합해 전달하는 창구역할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복 누나 김설송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가 낳은 자녀가 아니라는 점에서 종전처럼 권력에서 철저히 배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설송은 김정일 위원장의 둘째 부인인 김영숙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한 대북소식통은 "3대 백두혈통의 정통성은 엄밀하게 따지면 모계혈통에서 나온 것"이라며 "김일성의 자식인 김평일·김경진이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이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곁가지가 된 것처럼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낳은 자식이 아니면 모두 백두혈통에서 제외되는 게 북한 세습체제의 근본원리"라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