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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아르헨 군정때 반체제 인사 등 수십 명 구해"

유덕기 기자

입력 : 2014.03.13 17:35|수정 : 2014.03.13 20:12


1970년대 당시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의 '더러운 전쟁'에 침묵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실은 드러나지 않게 많은 반정부 인사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AP통신은 생존자들을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이 운영하던 신학교에 사제와 신학생 그리고 반체제 인사 수십 명을 숨겨 주고 외국 도피까지 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더러운 전쟁'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의 군사독재 정권이 좌익 세력 소탕을 내세워 자행한 공포정치를 말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일간지인 클라린의 기자 마르셀로 라라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기간에 최소 20명에서 최대 30명의 목숨을 살렸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된 책을 쓰기도 한 교황청 담당기자 넬로 스카보는 이 숫자를 100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회 안을 마구 뒤지기는 쉽지 않고 교회에 사람이 항상 드나드는 점을 이용해 반정부 인사들을 교회에 숨겨줬습니다.

이 때문에 숨어 있던 반정부 인사들은 근처 공군 기지의 군인들에게도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라라키 기자는 교황은 군사정권의 만행에 대해 겉으로는 침묵을 지켰지만, 뒤로는 은신처를 찾는 반체제 인사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좌파 정치운동에 가담했다가 고국 우루과이의 독재정권에 쫓겨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곤잘로 모스카가 교황 덕분에 목숨을 구한 반체제 인사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목숨이 위태롭던 모스카는 1976년 예수회 사제인 자신의 형제를 통해 오늘날의 프란치스코 교황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신부를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 30대였고 아르헨티나 예수회의 관구장이었던 교황은 모스카를 산미구엘 교외의 신학교에 숨겨줬고, 이후 브라질행 항공권도 마련해 줬습니다.

모스카는 베르고글리오 신부가 시종일관 아주 침착해 자기가 어떤 곤경에 뛰어들고 있는지를 정말 알고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였다고 회고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반정부 활동을 하던 엔리케 안젤렐리 주교의 요청으로 신학생 3명을 구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들 신학생 3명은 '마르크스주의에 오염된' 혐의을 받고 암살단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교황의 도움을 받은 마리오 라 시비타는 군인 두세 명이 항상 교정을 감시했지만 교황은 군인들이 누가 숨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독재정권 당시 납치와 고문 그리고 학살로 인한 희생자는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도 취임 전후에 '과거사 책임론'에 휩싸였습니다.

고위 성직자면서 예수회 지도자인 교황이 정권에 공개적으로 맞서지 않아 결과적으로 인권 유린을 방조했다는 겁니다.

198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르헨티나의 인권운동가인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은 교황이 박해받는 이들을 돕기는 했지만, 인권 수호를 위한 군사독재와의 싸움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