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우리 여성들을 끌고 가 강제로 노동을 시킨 현존 일본 전범기업 작업장과 피해자 수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피해 보상 소송의 길이 넓어지게 됐다.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일제 강점기 여성을 강제로 노무에 동원한 기업 중 현존하는 기업은 모두 26개로, 피해자 370명을 강제 동원했다고 6일 밝혔다.
위원회는 2005년 2월부터 2008년 6월 30일까지 신고를 받아 여성 노무동원 피해자로 판정했던 1천419건을 조사·분석해 검증한 결과 559건에 대해 강제동원됐던 작업장임을 확인했다.
이중 현존기업에 대한 피해 건수는 37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업장별 세부 직무도 확인됐다.
피해 보상 소송 제기를 위해서는 당시 피해자를 동원했던 기업이 지금도 존재해야 하고, 여기에 동원됐던 증거를 확보해 피해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피해보상 소송에서는 강제 노무동원을 당했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번에 피해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피해보상 소송 확대를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
피해 여성들은 1938년 5월부터 1945년 8월 사이 동원됐으며, 여기에는 일제가 1944년 8월 내린 '여자정신근로령'에 따라 동원된 근로정신대도 포함된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10대 나이로, 일본이나 국내의 방적공장이나 탄광에 끌려가 강제로 중노동을 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탄광에 끌려간 여성들은 심지어 좁은 갱 안에 들어가 탄을 선별하는 험한 일도 했다.
동원 지역별로는 일본에 끌고 간 기업이 19개로 가장 많았고, 국내 5곳, 사할린 1곳, 국내와 일본 모두 동원한 곳이 1곳이었다.
확인된 기업 명단에는 일본 3대 재벌로 꼽혔던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미쓰비시 계열에는 모두 54명의 여성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일본 군수 공장에 42명을 끌고 갔다.
일부 피해자들이 보상 소송을 낸 기업이기도 하다.
미쓰비시광업은 사할린에 6명을, 미쓰비시금속광업은 일본에 1명을 동원해 석탄을 선별하는 일을 시켰다.
스미토모광업과 스미토모석탄광업은 국내와 일본에 각각 3명과 4명을 동원, 탄을 고르고 밥 짓는 일을 시켰다.
미쓰이광산도 일본에 5명을 끌고 갔다.
가장 많은 여성을 동원한 곳은 후지코시강재로, 일본 공장에 총 114명을 동원했다.
가네가후치공업은 방적공장에 국내와 일본에서 42명을 동원했다.
지금은 화장품으로 유명한 가네보의 전신이다.
해방 후 전남방직으로 이름을 바꾼 이곳 국내 공장은 김무성 의원 부친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소 다로 전 총리 가문이 운영한 아소광업도 국내에서 1명을 동원해 선탄(選炭)작업을, 일본제철(니혼제철)은 일본 공장에서 6명에게 취사 작업을 시켰다.
정부는 피해 사실 입증을 정부가 해주는 피해 신고제를 2008년 6월 30일까지만 시행하고 이를 신청제로 바꿨다.
피해자가 직접 동원됐던 회사를 찾아다니는 등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워낙 시간이 오래 지났고 증거들을 개인이 모두 증명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본인이 어디에 동원됐는지 잘 모르고 이를 확인하기도 어려운데다 피해자들의 권리의식이 약해 소송을 하려는 피해자들이 많지 않다"며 "피해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 차원에서 피해와 기업 관련성을 증명해주는 신고제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