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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취재하러 갔다 저도 계약할 뻔 했습니다"

박원경 기자

입력 : 2014.03.05 11:07|수정 : 2014.03.05 23:25

수익보장형 부동산의 허실


7천만 원만 투자하면 월 수십만 원에서 백여만 원의 수익이 꼬박꼬박 내 통장으로 들어온다면, 누구나 '혹'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진짜일까 하는 의문이 또 생기죠. 만약 여기에 2년 동안, 아니 10년 동안 수익을 보장한다면 또 어떨까요?

저금리 기조 속에 다달이 수익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불안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걱정되는 노후. 다달이 몇 십만 원씩, 많게는 몇 백만 원씩 다달이 임대료든 수익금이 나온다면 이 보다 좋은 노후 대책은 없을 겁니다.

◈수익보장형 부동산의 허실

그런데 시장은 시장평균수익률을 웃도는 시장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돈이 된다 싶으면 사람이 몰리고, 돈이 몰리기 마련이죠. 오피스텔이나 상가 임대가 잘 된다고 하면 주변이 또 다른 오피스텔이나 상가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같은 크기의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니, 기존에는 나 혼자 2조각 먹다가 이제는 1조각만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오피스텔 임대가 돈이 된다고 소문이 돌면서 공급이 확 늘었습니다. 준공 기준으로 전국 오피스텔 공급량은 2010년 8,055호에서 2011년에는 14,296호, 2012년에는 18,704호, 지난해에는 39,943호까지 늘었습니다.(국토부 자료 기준)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난 45,462호가 공급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이 많아지면, 계약자 입장에서는 임대를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상황에서 임대하려면 임대료를 낮춰야하고, 그러면 계약자가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돈이 된다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텐데, 왜 업체들이 수익을 보장한다고까지 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부동산의 허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분히 이성적인 판단입니다.

◈취재하러 갔다 저도 계약할 뻔 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업체를 몇 군데 다녀왔습니다. 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홍보하는지, 그 속에 숨은 허위, 과장된 내용을 취재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상담을 받다가 저도 없는 살림에 혹해서 계약할 뻔 했습니다. 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갔는데도 말이죠.

깔끔하게 정리된 수익률 계산표를 보여주면서,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내고도 돈이 얼마나 많이 남는지를 보여주는데 자칫하면 빚을 내서라도 계약할 뻔했습니다. 2년 아니, 10년까지도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니 더 그랬습니다. 게다가 남은 물건도 얼마 안 남았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습니다.

혹 의심스러운 것이 있어 물어보면 화려한 언변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무엇을 물었는지도 까먹게 됐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쉬운 돈벌이가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뭐 했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성이 흐릿해지던 순간, 겨우겨우 이성의 끈을 잡았습니다.

"임대 보장해 준다는 것은 진짜냐?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냐? 수익 보장이 안 됐을 때, 만약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그러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 광고한 수익률의 정확한 근거가 뭐냐?"

질문에 대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하면 재차 다시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러자 "법적으로 임대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수익 보장 안 되면 소송하는 방법밖에 없다. 광고한 수익률은 대출을 엄청 받았을 때 실제로 투자한 금액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거고, 대출이자 등을 포함하면 수익률은 떨어진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부도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요즘같이 이자율이 낮을 때 대출을 이용하지 않으면 바보다"는 식의 첨언과 함께 다시 장밋빛 청사진을 다시 제시하더군요. 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혹 해서 계약하고 나중에 후회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 잊었다가는

다시 이성적인 설명입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오피스텔 평균 임대 수익률은 5% 수준에 불과합니다. 대세적으로 보면 매년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5%. 그래도 은행 이자율보다 높으니 괜찮은 투자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통계의 함정이 있습니다. 통계로 뽑은 임대 수익률이라는 것은 실제로 임대하고 있는 곳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임대가 안 되서 공실이 있는 곳은 빠져 있는 거죠. 정말 연 5%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오피스텔이 6개월 간 비게 된다면 수익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피스텔 공급이 늘어나고, 임대 경쟁이 붙게 되면 그나마 부풀려진 5%라는 수치도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오피스텔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평균 임대수익률이 대세 하락하고 있다는 것도 이것을 반영한 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투자처는 있을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공급이 늘어도 지역에 따라서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정말로 5%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곳도 있죠. 다만, 그런 곳을 계약할 때도 반드시 이성적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이성이 흐릿해 질 때는 왜 이런 투자처가 아직 남았을까 생각하면서 이성의 끈을 어떻게든 붙잡아야 합니다. 흐릿해진 이성은 소송이라는 값 비싸고, 지루한 과정에 휘말려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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