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요? 국제투명성 기구에 따르면 부패 순위가 2013년 현재 46위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는데요, 문제는 해가 갈수록 상황이 악화된다는 데 있습니다. 국제 투명성 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 지수를 보면 2009년-2010년에는 39위였는 데, 2011년에 43위, 2012년에는 45위, 2013년에는 또 한 계단 떨어졌습니다. 아시아 권에서도 9위에 불과합니다.
부패 문제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2013년 조사 보고서를 냈습니다. '2013년 부패인식도 종합 분석'이라는 자료입니다. 사회 전반의 부패 수준에 대해 '부패하다'는 응답이 일반 국민 53.7%, 기업인 38.1%, 외국인 27.1%, 공무원 13.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국민과 기업인은 '부패하다'는 의견이 '청렴하다'는 의견 보다 많았던 반면, 외국인과 공무원은 청렴하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습니다. 일반 국민과 공무원 사이에 인식의 괴리가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우려스러운 일은 기업인을 제외하고는 3그룹 모두가 전년 보다 부패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외국인 +11.8%, 국민 +9.4%, 공무원 +0.6%, 기업인 -2.0%)
우리 국민들은 어느 분야가 부패가 심하다고 보고 있을까요? 정당 및 입법 분야를 가장 부패한 분야로 봤습니다. 7점 만점에 2.45점만 줬습니다. 100점 만점으로 치면 35점에 불과합니다. 이어서 공기업, 언론, 사법, 종교, 노동단체, 행정기관, 민간 기업, 문화예술체육, 교육 분야 순으로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가장 청렴한 분야로는 시민단체(4.59)를 꼽았습니다. 공무원과 가장 큰 인식의 차이는 행정기관에 대한 평가에서 나타났습니다. 국민들은 3.95점으로 평가했는 데, 공무원은 무려 6.62점을 주면서 가장 청렴한 분야로 꼽았습니다.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이 만점을 줬다는 얘기입니다.
공무원에게는 청렴 의무가 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공무원들이 청렴해야 하고 또 청렴하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지는 않은 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청렴도와 공무원 집단이 느끼는 청렴도의 괴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패에 대한 인식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봅니다. 분명한 부패 행위도 나나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있을 수 있는 일로 치장되고, 타인에게서 일어나면 부패 행위라고 매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부패에 대한 죄의식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누구에게도 예외없는 제도적인 방지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을까요? 지난 몇 년 간 큰 이슈가 됐던 것이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였습니다. '거악을 척결한다'는 모토 아래 수십년 간 역할을 해 왔지만 정치적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국 폐지라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이 반부패부를 만들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검 중수부 폐지 1년, 정치권만 살판 났다'(서울신문 2.27)는 제목의 사설이 나올 정도로 부패 문제에 대한 대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권익위의 조사에 따르면 부패 방지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일반 국민과 기업인, 외국인은 모두 '부패 행위에 대한 적발, 처벌의 강화'를 꼽았습니다. 이어서 '사회 지도층 및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패감시 활동 강화'가 필요하다는 답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공무원은 '연고주의, 온정주의 등 부패유발적 사회문화 척결'을 우선으로 들었습니다. 외부에서 유혹하니까 부패가 이어진다는 논리입니다.
부패 행위의 구체적인 행위로 금품이나 접대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는 국민이 3%였습니다. 기업인은 조금 더 높아서 4.9%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것을 종합해 유로바로미터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한국은 독일이나 네덜란드, 벨기에, 에스토니아, 프랑스(이상 2% 이하) 보다는 못하고, 헝가리,슬로바키아, 폴란드 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불리기에는 조금 미흡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향후 부패에 대한 전망을 물었을 때 공무원은 줄어들 것이다(61.5%)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기업인(58.4%), 외국인(53.2%), 일반 국민(44.4%)은 '현재와 비슷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순위가 계속 하락한 배경이 반영돼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또 당분간은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투영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