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지금 그리스에서는 전 국방차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토니스 칸타스 전 차관은 무기상들에게서 거액의 뇌물을 받고 돈 세탁을 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일단 60만 유로(약 8억 7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데 도대체 얼마나 받았는 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합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낙 여러 차례 받아서 그런지 정확한 뇌물액은 기억할 수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사건은 국방장관 까지 연루돼 있는 데 2천만 유로에서 4천만 유로(약 290억원에서 580억원) 까지 뇌물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칸타스 전 차관의 외국은행 계좌에서 1,370만 달러(약 146억원)가 예치돼 있는 게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다른 정치인들도 의심받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외국계 회사들도 연루돼 있습니다.
#사례 2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달아난 이후 그의 부정 축재 규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엄청난 호화 관저가 대중에 공개돼 공분을 샀습니다.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는 야누코비치 집권 기간 차관 370억 달러(40조원)가 국고에서 사라졌으며, 국외로 유출된 국내 자산이 700억 달러(75조원)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상대적으로 깨끗하다고 평가되는 유럽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지난 2월 4일 유럽연합이 반부패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 보고서 서론에서 유럽연합은 부패가 경제와 사회 전반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세계의 많은 국가들에서 뿌리 깊은 부패가 경제 발전을 가로 막고, 민주주의를 좀먹으며, 사회 정의와 법치주의를 해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위 사례에서 보듯이 유럽 국가라고 부패 없는 투명한 국가가 아니라는 데 있다는 게 이 보고서의 요지입니다.
내용을 좀더 볼까요? 먼저 부패 그 자체 만으로도 유럽연합이 매년 1,200억 유로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175조원이 넘는 돈이니까 올해 우리 예산의 절반 가까운 엄청난 액수입니다. 올해 복지 예산이 1백조원 쯤 되니까 유럽연합의 부패 비용만으로도 우리 전체 복지를 부담하고도 한참 남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2020 성장 전략에서도 부패에 대한 통제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부패와 전쟁이 유럽연합이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유럽연합의 통계를 담당하고 있는 유로바로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 국민 74%는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중 덴마크, 핀란드, 룩셈부르그, 스웨덴은 부패에 관한 한 모범국입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각각 20%, 29%, 42%, 44%가 자국에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답했습니다. 영국이 64%로 그나마 나았는 데,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볼까요? 그리스 국민의 99%, 이탈리아 97%, 리투아니아, 스페인, 체코에서는 각각 95%의 국민들이 부패가 널리 퍼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뇌물을 주고 받는 것 같은 부패와 관련된 경험이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서 거론한 모범국들에서는 1% 이하의 사람들이 경험이 있거나 기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에스토니아, 프랑스에서는 그 비율이 2%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헝가리 13%, 슬로바키아 14%, 폴란드에서는 15%의 국민이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부패 문제가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대답은 스페인과 그리스에서 각각 63%, 키프로스와 루마니아 57%, 크로아티아 55%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덴마크 국민들은 3%, 프랑스와 독일은 6% 정도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의 국민들은 73%가 자국 내에서 공적인 서비스를 받을 때 뇌물이나 연줄이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패가 심하면 단속도 강화됩니다. 결국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같은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이 부패 문제에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럽 각국은 각종 기구나 법을 통해 부패를 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슬로베니아의 부패방지위원회(CPC)는 매년 1천 건 정도를 수사하거나 내사합니다. 루마니아의 DNA는 지난 10년 간 4,700여명을 기소했습니다. 라트비아의 KNAB, 크로아티아의 USKOK 같은 기구도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특히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는 기구로서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유럽연합은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그리스 국방차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적인 뇌물 사건이 이어지니까 영국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부패 사건에 대해서도 자국 내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까지 만들었습니다. 영국은 SFO라는 반부패 기관에 해외와 관련된 뇌물 사건도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영국 관련 단체나 회사 등과 연관돼 있을 경우 뇌물 사건이 일어나면 해외의 회사나 개인 누구라도 기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회사라도 영국의 누군가에게 뇌물을 제공하다가 적발되면 영국 국내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꾸준히 각국에 부패관련 법규를 강화한다거나 투명성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다고 부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회사들에게 물었더니 32%가 부패 때문에 계약을 따내는 데 실패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불가리아(58%), 슬로바키아(57%), 키프러스(55%), 체코(51%) 등에서는 절반이 넘는 회사가 이렇게 답변했다고 유럽연합은 덧붙였습니다. 공직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광범위하게 부패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월 27일 오만에서 한국 대기업의 임원이 800만 달러를 뇌물로 줬다는 이유로 징역 10년형에 벌금 약 111억원을 선고 받았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뇌물이 아니라고 대기업 측은 항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만에서도 최근 반부패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 데 그 와중에서 불거진 사건입니다. 마찬가지로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반부패정책이 강력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런 사건이 터질 수 있습니다. 특히 부패에 취약한 구조를 지닌 회사라면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