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나오면서 한 달 내내 맘껏 노는 휴가, 사실 모든 직장인이 한 번쯤 꿈꾸는 로망 일 겁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정말 거의 실현 불가능한 그야말로 꿈같은 일입니다. 가끔 아주 일부 사기업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 '꿈의 직장'이라고 뉴스에서 소개될 만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상적인 일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직장이 있습니다. 그곳은 일반 사기업이 아닙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월급이 나오는 서울시청에서 일어나고 있는 꿈같은 현실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10개월 장기 교육을 가는 5급 이상 공무원들에게 교육가기 전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한 달 반까지 일 안 하고 쉴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출근하지 않아도 월급은 그대로 나오니까 사실상 완벽한 유급휴가인 겁니다.
처음 이런 팩트를 접했을 때 저는 사실 출근하지 않지만, 뭔가 교육과 관련된 과제가 주어졌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설마 우리나라 최대 지자체에서 시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을 마냥 놀게 할 만큼 도덕적으로 해이하진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취재에 돌입하자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났습니다. 일단 교육가기 전 한 달 쉬게 하는 기간은 정말 말 그대로 완벽한 유급휴가였습니다. 교육에 들어가는 시기는 2월 초부터 중순까지 과정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1월 초에 일제히 발령난 뒤엔 아예 시청에 출근하지 않았고, 교육 전 수행해야 할 그 어떤 과제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더 놀라웠던 사실은 서울시 인사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 누구도 이런 상황이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일 하느라 고생 많이 했으니 한 달 정도 쉬게 하는 것이 뭐가 그리 문제가 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서울시의 입장 역시 "교육 전 준비를 충분히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교육 전 준비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통 큰 휴가'가 직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다는
겁니다. 한 달 이상 쉬는 것은 오직 5급 이상 고위직 에게만 허용됐을 뿐,똑같이 10개월 교육을 가는 5급 이하 공무원들은 교육 준비 명목의 휴가가 없었고 교육가기 이틀 전까지 출근해 근무했습니다.
공무원의 월급은 시민의 세금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그 누구 보다 공무원에게 높은 도덕성과 청렴함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시민을 대신해, 시민의 세금으로,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행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 전 준비기간에 원칙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 준비기간을 직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젭니다. 거기에는 시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공무원의 월급이 얼마나 가치 있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SBS 보도 이후 서울시는 교육 전 준비기간 활용 방안을 비롯해 현행 교육 관련 인사 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 작업에 나섰습니다.
서울시가 어떤 개선책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