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난민으로 정착한 미얀마인이 언어 장벽 등으로 말미암아 암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고 현지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쿠아 감 탕 나울이라는 남성은 암에 걸려 고통을 받으면서도 수개월동안 진통제만 처방받아오다가 암 치료 시기를 놓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나울은 여러 차례 의사를 찾았지만 갈 때마다 14세짜리 아들을 통역으로 데리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와 난민 지원단체 인사들은 이번 사건은 깜짝 놀랄 일이라며 이민자나 난민들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 케네푸루 종합병원을 찾았을 때 나울은 폐암이 간과 뇌에까지 전이돼 이미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나울은 난민지원단체 통역 아흐니앙 흘라운 세우를 통해 이번 사건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나울은 7년 전 가족들을 데리고 유엔의 난민 쿼터에 따라 뉴질랜드에 정착했다며 그동안 생활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영어만 할 수 있었으면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일찍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게 무척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싶지는 않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나 같은 사람이 더는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농사를 짓던 나울은 가족들과 함께 화물과 자동차 밑에 숨으며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로 밀입국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당국에 붙잡힌 그는 8개월 동안 교도소에 갇혀 있다가 유엔 난민 쿼터에 따라 뉴질랜드로 넘겨졌다.
그는 1년 전부터 기침이 심해지고 극도의 피로감을 느껴 포리루아 지역 병원의 의사를 찾았으나 진통제를 처방받은 게 전부였다.
그래도 계속 증상이 악화하자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아들을 데리고 다시 의사를 세 번이나 찾아갔으나 또다시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난민지원단체 통역 세우는 "기침이 심하고 정상적인 기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라울의 설명이었다"며 "고통이 매우 심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나울은 지난 5일 드디어 직접 케네푸루 병원을 찾아갔다.
1차 진료기관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며 받아주려 하지 않는데도 그는 검사를 해주지 않으면 병원을 떠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는 결국 웰링턴 병원으로 보내졌고 정밀 검사 끝에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청소 일로 주당 400달러를 벌며 아내와 10세에서 18세 사이 자녀 4명과 함께 사는 그는 이제는 자신의 죽은 뒤 남을 가족들이 살아갈 걱정을 하고 있다.
포리루아 지역 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1년에 1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전문 통역을 썼으나 정부 예산이 줄어들면서 전화 통역으로 서비스가 바뀌었다며 일부 환자들은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가족을 통역으로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인지메이커스 난민포럼의 팀 오도노번 대표는 어린이가 통역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4세짜리가 자기 아버지에게 어떤 질병에 걸렸다고 말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할 뿐 아니라 매우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도미니언 포스트는 의료장애위원회의 권리 규정에는 누구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며 그것은 바로 전문 통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클랜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