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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이야기·음악…1천만 마음 훔친 '겨울왕국'

입력 : 2014.02.26 15:00

영화 흥행, 음반·출판계는 물론 산업계까지 이어져


이번 주말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할 예정인 '겨울왕국'은 탄탄한 스토리에 아름다운 음악이 더해지며 애니메이션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는 '쿵푸팬더 2'가 보유한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506만 명)은 물론 '아바타'(2009) 이후 5년 만에 외화로는 역대 2번째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다.

◇ 국내 흥행성적, 미국 제외한 1위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겨울왕국'의 흥행성적은 9억 8천만 달러다.

이 가운데 미국이 3억 8천410만 달러로 압도적인 1위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박스오피스에선 우리나라가 선두다. '겨울왕국'은 한국에서만 6천7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영국(6천143만 달러)이나 독일(4천734만 달러), 프랑스(4천694만 달러)보다 앞선 전 세계 2위다.

이들 국가보다 평균 입장료 가격이 낮고, 인구가 적은 점에 비춰보면 '겨울왕국'의 국내 흥행 돌풍 규모를 감지할 수 있다.

영국의 미디어리서치 회사 스크린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티켓 가격은 8.19 달러, 프랑스는 8.40 달러, 독일은 9.99 달러, 영국은 11.44 달러지만 한국 극장의 티켓가격은 6.79 달러에 불과하다.

'겨울왕국'의 국내 흥행 돌풍과 관련, 정지욱 평론가는 "가족 단위 관객들이 겨울철에 가장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영화"라며 "특별한 경쟁작이 없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같은 영화 한 편을 즐길 수 있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도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익숙한 듯하지만 그 익숙한 내용을 결정적인 순간 살짝 비틀었을 때 드러나는 신선함, 전문 성우들의 자연스러운 더빙 등이 어우러지면서 아이뿐 아니라 성인관객들의 마음마저 훔쳤다.

◇ 스토리텔링과 음악의 조화…디즈니의 컴백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최고의 명가였지만 다 옛말이었다. 1980~90년대 '인어공주'(1989) '라이온킹'(1994), '포카혼타스'(1995) 등으로 주가를 올렸으나 2000년대 들어 드림웍스에 밀린 후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했다.

2000년대 이래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흥행순위 10위 안에 든 작품을 한 편도 배출하지 못했다. '쿵푸팬더 2'를 비롯해 '쿵푸팬더'(467만 명), '슈렉 2'(330만 명), '슈렉 3'(284만 명), '드레곤 길들이기'(256만 명), '슈렉'(234만 명), '슈렉 포에버'(223만 명), '장화 신은 고양이'(208만 명) 등 8편이 드림웍스의 작품이었고, 명필름의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 명)과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301만 명)이 톱 10 안에 포진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합병이 후 이야기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라푼젤'(2010)은 픽사의 기술력과 스토리텔링, 디즈니 스타일의 캐릭터가 만나면서 101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2012년 선보인 '주먹왕 랄프'도 이야기가 참신하고 힘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와 함께 91만 명을 동원했다. 특히 픽사 애니메이션을 책임졌던 존 라세터가 디즈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오면서 이야기가 한결 튼튼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겨울왕국'은 이러한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최적화된 결과물이다. 흥행성적도 합병 후 디즈니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9억8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는 10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픽사의 '토이스토리 3'다.

◇ 음반·출판에서 산업계로 퍼진 파급효과

출판계에서 '겨울왕국'의 선전은 놀라울 정도다. '겨울왕국 무비 스토리북'이 주간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디즈니 겨울왕국 색칠 스티커북', '스크린 영어회화-겨울왕국' 등 겨울왕국 관련서 5~6권이 20위 안에 진입하는 등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음원 시장에서도 '겨울왕국'은 돌풍을 일으켰다. 앨범 타이틀곡 '렛 잇 고'(Let it Go)는 지난달 27일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포함해 멜론, 엠넷을 비롯한 각종 차트에서 1~2위를 차지했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운영하는 가온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어 버전으로 수록된 겨울왕국 OST가 발매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겨울왕국'의 돌풍은 산업계 전반으로까지 확산했다.

옥션에선 지난달 26일부터 겨울왕국 그림책·스티커북·OST가 애니메이션북 OST 카테고리 매출을 견인하면서 이 분야 매출이 개봉 전보다 50배 이상 증가했다.

겨울왕국 색칠 스티커북 등은 아동도서 베스트 상품에 올랐고, 캐릭터 상품을 구하려는 해외 직구 수요도 부쩍 늘어 일부 쇼핑사이트에서 판매된 '엘사' 인형은 동나기도 했다.

11번가에서는 애니메이션 개봉 후 인형·아동용 잠옷·색칠용 책 등 '겨울왕국' 캐릭터 상품 매출액이 개봉 전보다 무려 180% 이상 상승했고, 인터파크에서도 100%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겨울왕국'의 돌풍은 주로 30~40대 여성이 이끌었다. 예스 24에 따르면 '프로즌' 세트의 연령대별 구매비율을 살펴보면 40대 여성이 33.5%로 가장 높았고, 30대 여성(28.5%), 40대 남성(17.3%)이 뒤를 이었다.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 잇 고'가 삽입된 OST 음반 '프로즌' 디럭스 버전의 구매도 30대 여성(24.8%)과 40대 여성(23.8%)이 가장 높았다.

◇ 이제 1천만 관객 돌파는 '연례행사'

국민 한 명이 연간 4편의 영화를 보는 2억 명 시대가 도래한 현재, '1천만 돌파'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찾아오고 있다.

실제로 '겨울왕국'의 1천만 관객 돌파는 '변호인'이 1천만을 돌파한 지난달 19일 이후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이룬 성과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1천만 영화가 1년에 한 편도 나오기 어려웠으나 관객 수가 2억 명에 달할 정도로 박스오피스가 성장한 상황이어서 1천만 관객 동원은 예전만큼의 커다란 의미를 낳지 못하고 있다.

한국 영화 시장은 2009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이래 2010년 1조 1천572억 원, 2011년 1조 2천357억 원으로 늘더니 2012년 1조 4천551억 원, 작년에는 1조 5천51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천만 영화는 2009년 '해운대' 1편에 불과했으나 2012년 '도둑들'이 1천만 관객을 넘을 때까지 3년이나 1천만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도둑들' 이래로 1천만 영화는 매년 한두편씩 나오고 있다. 2012년에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천만 명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개봉 기준으로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이 돌파했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도 '겨울왕국'이 벌써 1천만을 돌파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올해 대작들이 즐비해 서너편의 영화는 천만 관객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