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실각 우크라 대통령 시위진압에 軍투입 계획했었다"

정유미 기자

입력 : 2014.02.25 09:44


우크라이나의 반정부 저항에 밀려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수도 키예프에 군대 투입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사저 인근에서 이런 내용의 군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면서 만약 이 계획이 실행됐다면 지난 20일 100여 명이 숨진 유혈참사보다 더 끔찍한 대량학살이 일어날 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군대 동원 계획이 담긴 문건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호화 사저 '메쥐히랴' 인근에 버려진 수많은 정부 문서들 사이에서 발견됐습니다.

야누코비치는 실각 후 사저를 떠나면서 문제가 될 만한 정부 문서들을 소각하거나 사저 내 인공호수에 버렸지만 상당수 문건들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정부 시위대와 기자들은 사저에서 여러 건의 정부 문서와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호화로운 생활을 보여주는 영수증들을 찾아내 공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에 발견된 군 문건들은 그중 가장 충격적이라면서 야누코비치와 군 수뇌부가 반정부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를 투입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유리 일린'이라는 서명이 적힌 한 전보에는 시위대가 군 시설을 장악할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남부에서 3개 부대를 수도 키예프로 진격시킨다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또 군은 검문소 등에 배치돼 시민을 검문하거나 교통을 통제하며 테러리스트가 은신해 있다고 판단되는 민가를 수색하고 필요할 경우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지난 20일 시위진압 과정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쏜 저격수들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인 '오메가' 소속원들이라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신문은 이번 계획이 실행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문건이 발견됨으로써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대량학살 모의 혐의로 형사재판에 세우려는 우크라이나 야권의 움직임이 한층 힘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