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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수사기법이 14년 전 강도살인범 잡아

입력 : 2014.02.24 16:33


14년전 부산의 한 오락실에서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이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과학수사기법의 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7월 27일 오후 3시 25분께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오락실에서 환전담당 종업원인 A(39·여)씨가 목과 얼굴 등 8곳을 흉기로 찔러 숨진 채로 발견됐다.

A씨가 갖고 있던 현금 15만원과 60만원 상당의 귀금속이 들어 있는 가방도 없어졌다.

112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으나 시신이 있던 화장실 손잡이 주변에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 묻은 지문과 소변기 주변에 점 형태의 혈흔을 제외하고 별다른 단서가 없었다.

피묻은 지문이 온전하지 않아 당시 지문검색시스템으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화장실 바닥은 대걸레로 청소되어 있었고 소변기 주변 벽면에 여러개의 점 형태의 혈흔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혈흔형태 분석결과 소변기 부근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수차례 찌른 뒤 피해자를 변기쪽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해 8월 KBS 공개수배 25시에 방영되기도 했으나 이 사건의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2012년 3월 전환점을 맞는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가 보완된 지문판독 시스템으로 2000년 오락실 여종업원 살인현장에서 확보된 혈흔 지문을 재감정을 했고 손모(40)씨의 지문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검찰과 경찰은 손씨의 주민등록 지문과 실제 지문을 대조한 결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손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에는 게임장 화장실에 간 적이 없고 대변실 문을 만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손씨의 연인 등 참고인 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혈흔형태 분석, 경찰청의 지문 재감정 등의 증거를 토대로 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던 손씨는 지난해 12월 11일 변론종결과 함께 검찰에 의해 사형이 구형되면서 법정구속됐다.

재판과정에서 변호인 측은 경찰청 지문감정결과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하며 치열한 범정다툼을 벌였다.

검찰은 대검 지문감정결과 등을 추가로 제출하고 국과수 혈흔형태 분석, 혈액응고분석 등 첨단수사기법을 총동원해 유죄를 입증시키는데 주력했다.

혈액응고분석은 체외의 혈액이 응고되는 특성을 이용해 범행 당일의 기온과 습도를 재현해 실제 혈액이 응고되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혈흔지문의 응고시간이 20분 이내라는 것을 밝혀 사건 당일 범행 현장에 간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손씨의 알리바이가 거짓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 지문이 형성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재현한 혈흔지문 형성실험으로 피 묻은 손으로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범행 현장에 남겨진 지문과 같은 융선(솟아 있는 부분)이 명확한 지문이 남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손씨는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심리생리검사에서 거짓반응을 보였고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도 거짓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합의7부(노갑식 부장판사)는 "2010년부터 개선된 지문검색시스템에 의해 혈흔지문과 피고인의 지문을 감정하기로 이른 점, 특징점이 최소 12개 이상일 경우 동일지문인 것으로 판단하는 데 혈흔지문과 피고인의 2개 지문이 각각 18개와 23개의 일치점이 있어 동일지문에 해당한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시종일관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범행을 은밀하게 숨긴 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태연하게 생활해온 점, 피해자와 함께 살던 아들이 어머니를 잃는 바람에 줄곧 불우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말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