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 일품인 '청양 고추'를 생산하는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청양 고추의 가격이 지난해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생산지인 경남도와 경남농협은 올해 10㎏ 기준 청양 고추 도매가격은 1월 4만6천원, 2월 4만5천원으로 지난해 1월 12만원, 2월 14만원에 비해 ⅓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기준 시설하우스 청양 고추는 경남이 전국 생산량의 70%, 전남이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가격이 폭락하자 밀양, 진주 지역 등 도내 주요 생산 농가에서는 달린 청양 고추를 뻔히 보고도 출하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울상이다.
지난해 대비 청양 고추 가격 폭락은 우선 재배면적이 많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청양 고추 주산지인 경남과 전남을 합친 지난해 1월과 2월 공급 물량은 4천12t과 2천747t이지만 올해 1월과 2월은 5천212t과 3천454t으로 전년보다 1천200t과 707t 증가했다.
특히 전남지역은 지난해 1월과 2월 953t과 175t이던 공급 물량이 올해 1월과 2월은 1천847t과 844t으로 각각 급증했다.
지난해 청양 고추 가격이 많이 오르자 상당수 시설하우스 농가가 재배에 뛰어든 때문이라고 농협은 분석했다.
여기에다 일본 원전의 방사능 유출 여파에 이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횟집과 오리, 닭고기 수요 감소로 청양 고추 소비도 덩달아 줄었다.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은 시설하우스 난방비도 건지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청양 고추 10㎏ 한 상자 생산에 필요한 난방비가 경유는 약 4만8천원, 전기온풍기는 4만5천원이 든다.
애써 키운 청양 고추를 내다 팔아도 난방비도 못 건지는 셈이다.
여기에다 인건비, 농약대 등 각종 영농비를 합치면 적자폭은 훨씬 커진다.
사정이 이렇자 상당수 농민이 출하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모(54·밀양시 무안면) 씨는 "자식처럼 키우는 고추를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주지역 일부 농가에서는 아예 고추밭을 갈아엎는 일도 있다고 농민들은 전했다.
지난해 진주에서는 경남 전체물량의 35%인 1만500t을 생산해 490억원의 농가 소득을 올렸다.
진주 지역 재배농민들은 지난 14일 진주 중부농협에서 생산자협의회를 결성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진주시의회 김미영 의원은 "시와 농협, 생산자 대표가 함께하는 대책기구를 구성해 정부에 긴급 경영자금 지급을 요구해야 한다"며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을 설치·운용하는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한 조례'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는 이처럼 청양 고추 가격이 폭락하자 지난 21일부터 3일간 농협양재유통센터에서 김진국 경남농협본부장, 지역 조합장, 생산농민 등이 나서서 할인된 가격으로 대대적인 소비촉진행사를 펼쳤다.
경남농협 산지육성팀 김기오 과장은 "지자체와 주요 판매처 등과 연계한 직거래장터, 소비촉진운동 등을 자체적인 벌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