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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취재파일] 김연아의 은메달, 피겨 판정이 문제인가 아니면…

심영구 기자

입력 : 2014.02.22 09:23|수정 : 2014.02.22 09:23


-김연아의 은메달을 놓고 여러 모로 뜨겁다.

국제빙상연맹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재심사를 청원하자는 온라인 서명 건수가 백만이 넘어섰다고 한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언론이나 전문가, 과거 메달리스트 등 여럿이 피겨 싱글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소트니코바 224.59, 김연아 219.11.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심사는, 프리스케이팅 심사는, 또는 둘다, 오심이었을까.

가깝게는 2012년 런던 올림픽만 봐도, 여자 펜싱의 '흐르지 않는 1초' 신아람 건이나 수영 박태환의 400m 실격 사건이 한국에선 대표적인 오심으로 거론된다. 2008년 베이징에선 여자 핸드볼 팀이, 2004년 아테네에선 체조 양태영과 또 여자 핸드볼이, 2000년 시드니에선 야구 대표팀이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동계 올림픽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저 유명한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 2010년 밴쿠버에선 여자 쇼트트랙 3천미터 계주에서 우리 대표팀이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런 오심 의혹에 대해 올림픽이 끝난 뒤 일부 연맹에서 오심을 인정하기도 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피겨스케이팅으로 좁혀서 봐도 오심 혹은 오심 의혹은 찬란하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피겨 페어 시상식에선 금메달리스트 자리에 두 팀이 올라섰다.(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이 문제가 많긴 했다.)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던 러시아 팀이 최고 점수를 받자 2위가 된 캐나다가 판정 의혹을 제기했다. 국제 빙상연맹은, 판정에 참가했던 프랑스 심판으로부터 러시아에 유리한 판정을 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례적으로 러시아-캐나다의 공동 수상이 결정됐다. 판정이 번복된 거의 유일한 사례다. 이 종목에선 그래서 은메달 수상자가 없다.

솔트레이크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선 '피겨 전설'로 불렸던 미셸 콴이 동메달, 존재감이 크지 않던 사라 휴즈가 깜짝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싱에선 심판 사이에 판정 담합이 시도됐다는 폭로가, 4년이나 지나 나오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까지 공개되면서 당시 심판 1명은 1년 자격 정지를 받았다. 그뿐이었다.

-하도 논란이 많다보니 채점 방식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나마 정리된 게 현재의 채점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겨 점수는 크게 총 요소 점수 TES, Total Elements Score와 프로그램 구성 점수 PCS, Program Component Score로 나뉘는데 이 PCS는 Skating Skills, Transitions, Execution, Choreography, Interpretation Timing으로 구성된다. 흔히 예술성 평가라고도 하는데 주관적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피겨 연기'라고 하듯 예술로서의 피겨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면을 평가하는 TES는 각 점프별로 기본 점수와 가산점, 감점 여부 등으로 점수를 매기는데 공중 자세, 연결동작, 착지, 비거리, 높이 등을 따져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피겨 채점 자체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기 힘들게 돼 있다. 상당 정도는 심판의 주관적 평가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모든 피겨 경기의 결과가 그런 것은 아니었겠으나 일부 사례로 보면 심판에게 로비나 매수 같은 '공작' 없이 우승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모든 '공작'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김연아처럼.

설사 심판 모두가 일본이든 그외 나라든 어딘가에 매수됐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김연아에게 최고 점수를, 금메달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당시 김연아는 완벽했다. 감히 이를 뒤엎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2014년 소치에선 어땠을까. 논란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생각해볼 건 이런 거다. 홈 텃세, 개최국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정, 이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어야만 비슷하거나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 이런 것이 스포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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