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전해드렸다시피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취임 이후 강도 높은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특히 성의 국장급 이상 공무원, 공사 임원 등 고위직에 대해 서슬이 퍼렇습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풀어지기는 커녕 더 강력해지는 추세입니다.
리커창 총리까지 나섰습니다. 최근 국무원 업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부패행위와 부패분자에게는 무관용을 적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심지어 "강펀치를 날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반부패와 청렴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무관용'에 '강펀치'라니. 직설적인 단어를 쓰는 대신 에둘러 말하고 비유로 표현하기 좋아하는 중국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입니다. 고위층 부정부패를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는 초조함마저 읽힙니다.
부패와의 전쟁에서 선봉장을 맡고 있는 당 중앙기율위의 기세도 등등합니다. 감찰에 성역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어제는 중앙정치국원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겠다고 포효했습니다. 13억 넘는 인구 가운데 25명 밖에 없는 중국 권력의 핵심입니다. 말 그대로 '호랑이 사냥'을 선포한 셈입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는 분명한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춘제에 구할 수조차 없었던 세계적인 고급술 마오타이가 올해는 10% 가까운 매출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5성급 호텔과 음식점들은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진 매출로 울상입니다. 문을 닫는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5성 등급을 낮춰달라고 관계 당국에 로비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에게 공금으로 5성급 호텔과 음식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영향입니다. 각종 상품권 판매도 얼어붙었습니다. 춘제 특수를 기대했던 상품권 거래소는 파리만 날리고 있습니다.
대관 업무를 하는 지인의 말입니다. "중국 공무원들은 이렇게 칼바람이 불기는 처음이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눈치를 보느라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작년 초 '몇개월은 만나기 힘들거야'라며 여유있게 짓던 웃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엄청난 사정 압박을 받는 모습입니다. 우리로서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아예 일 추진이 안되니까요."
그럼 중국의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가 완치되는 것일까요?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로 변하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패는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부패 고리는 더욱 교묘하게 감춰졌습니다. 더욱 은밀한 방법으로 뇌물을 주고 받습니다.
최근 한 대형 건설업체 사장이 이런 '은밀한 거래'를 언론에 털어놓아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류청(가명) 대표는 항저우에서 상당히 큰 건설업체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건설업계야말로 '관시(인맥, 비호 세력)'가 사업 성공 여부의 결정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죠. 류 대표도 따라서 '관시'를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 막대한 돈과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최신 유행 접대와 뇌물 수수 방법입니다.

우선 식사 접대. "물론 분위기가 좋지 않죠. 예전처럼 시내의 유명한 고급 음식점에서 보자하면 아무도 나오지 않습니다. 5성급 식당이 아니라 해도 잘 만나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새로운 컨셉이 나왔습니다.
교외의 경치 좋은 곳에 있는 깨끗한 농가를 삽니다. 겉은 놔두고 안은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격조 있게 꾸밉니다. 그리고 5성급 호텔에서 일하던 요리사를 스카웃합니다. 이곳으로 로비 대상 공무원을 부릅니다.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번잡한 시내가 아니니까 보는 눈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공식적인 식당이 아니라서 마치 친한 친구끼리의 자연스런 모임처럼 꾸밀 수 있습니다.
모시고 올 때도 보안을 철저히 합니다. 공용차는 주차장에 세워놓고 사적인 차량으로 은밀하게 이동합니다. 문제가 될 소지를 아예 없애다보니 한 번 다녀간 공직자들은 다시 불러 달라고 난리입니다."

그럼 2차 접대는 어떻게 하나요?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발 마사지 등 과거에 인기 있던 2차 접대 장소는 이제 말조차 꺼내지 못합니다. 목숨 걸고 몸 축내는 짓을 왜 하냐고 인상만 구깁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개인 목욕탕입니다. 개별 방에 화려한 욕실이 꾸며져 있습니다. 여기서 접대 상대자가 탕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도록 합니다. 물론 특별한 입욕 보조 서비스도 있고요. 계산은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 번에 목돈으로 회원권을 사둡니다. 이용하는 고위직은 가서 카드 번호나 카드의 이름만 말하면 됩니다. 한 번 사용하는데 2천 위안(약 36만원)이 넘습니다. 음식값보다 비싸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죠. 그래도 현재 가장 인기 있는 2차 접대 방법입니다."
선물은? "과거처럼 상품권을 보냈다가는 백이면 백 되돌아옵니다. 술이나 고급 담배를 선물하면 '분위기 모르냐'는 핀잔만 듣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명품 의류를 보냅니다. 보통 수백만 원 이상 하는 고급 제품입니다. 교환이나 환불을 위한 보증카드도 함께 보냅니다. 아주 좋아합니다. 혹시 누가 봐도 '인터넷에서 주문한 짝퉁'이라고 둘러대면 됩니다."
누구에게 주로 선물을 보내나요? "현직자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가장 선물의 효과가 좋은 대상은 막 퇴직한 고위 공직자입니다. 현재 직책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관시'가 많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선물을 받는데 자유로운 반면 효과는 오히려 현직보다 났습니다. 그것도 일 있을 때 선물하는 것은 자칫 역효과만 부릅니다. 평소에 지속적으로 선물을 보내 관리해야 합니다.
류 대표는 정부가 아무리 감시와 감찰을 강화해도 피할 방법은 다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때문에 위험 회피 비용까지 추가돼 부담만 커졌다고 한숨을 짓습니다.
이런 세태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구습에 물든 사회 분위기를 꼽습니다. "어떤 공직자들은 사무실에서 공무와 관련해 얘기하기를 꺼립니다. 함께 식사하면서, 술잔을 나누면서 얘기하는 것을 편하게 여기죠. 당연히 관련해서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사업가들도 음식과 술로 분위기를 띄워야 말 꺼내기가 쉽다고 느낍니다. 그래야 체면이 산다고 여기죠. 양쪽 모두 제도와 법규에 따르기보다 '관시'에 기대 일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런 관념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부패는 없어지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말이죠, 중국 수뇌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감시와 감독을 추상 같이 하면 공직자 비리가 사라질까요? 뇌물을 주고 받는 대신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오기만 마냥 기다리면 될까요?
흔히 공직자의 타락과 부정이 가장 심했던 시기 가운데 하나로 명조를 꼽습니다. 이 명조에 유명한 특무기관이 존재했습니다. 동창과 서창, 내행창으로 합쳐서 3창으로 불렸죠. 성조 영락제가 자신의 반대파를 감시, 제거하는 동시에 부패 관리를 감찰하겠다며 세운 기관입니다. 한때 밑에 십수만 명이 일하고 행정 기관이 그 앞에서 꼼짝 못할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그럼에도 명조의 공직 부패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고 역사상 최악이라는 오명만 남겼습니다. 오히려 이 3창을 기반으로 한 환관, 요즘으로 따지면 측근의 비리와 발호만 불렀습니다. 감시와 감찰로는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없을 뿐더러 감시 기구의 비대화라는 더 큰 부작용만 부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제도의 변화가 없는 의식의 변화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지, 그 반대의 경우는 없었습니다.
결국 공직 부패의 근절은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막힘 없는 언로를 구축할 때만이 가능합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조치가 성립에서부터 시행까지 모든 과정에서 투명하게 공개되며, 또한 이해 당사자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어야만 부패가 사라집니다.
중국 수뇌부가 정말 부패를 뿌리 뽑고 싶다면 '파리와 호랑이를 때려잡겠다'는 구호만 외치기 보다 사회의 투명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