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 졸업장과 함께 매년 2월 대학가 졸업식 풍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졸업앨범이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외대의 졸업앨범 신청 부수는 지난 2012년 1천부에서 2013년 780부, 올해는 524부로 급감했다.
2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서울시립대는 2012년 420부에서 2013년 230부, 올해는 200부로 줄었다.
한양대 역시 2012년 1천800여부에서 2013년 1천700여부, 올해는 1천50여부로 크게 줄었다.
한국외대 학생 자치기구인 졸업준비위원회 박세진(26)씨는 "요즘 학생들은 졸업앨범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스마트폰을 통해 SNS로 추억을 남길 공간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졸업앨범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은 주로 스마트 기기로 손쉽게 사진을 저장할 수 있는 시대에 크고 무거운 앨범이 필요 없다는 점과 부대 비용을 합쳐 1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취업난에서 비롯된 '늦깎이 졸업' 풍토에서 낯선 이들과 굳이 단체로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이달 졸업하는 한양대 경영학과 박진용(30)씨는 "취업 준비 때문에 다들 졸업 시점이 달라 함께 공부를 마치고 졸업했다는 느낌이 적다"며 "졸업 앨범은 한장 한장 넘겨보며 추억하는 것인데, 추억할 게 없다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법학과의 한 졸업생은 "8만원이라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찍지 않았다"며 "굳이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졸업식날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졸업 시즌이 대목인 앨범 제작업체들은 이런 추세에 울상이다.
업체들은 졸업앨범에 QR 코드를 삽입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사진을 검색할 수 있게 하거나 USB에 디지털 앨범을 담아 함께 주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나름의 대응책을 내놨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앨범 제작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5∼6년 전부터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며 "앨범을 신청하는 학생이 매해 20∼30%씩 줄어드는 추세라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