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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재앙 수준이네요"…폭설에 갇혀버린 강릉

입력 : 2014.02.10 18:37


 "치워도 치워도 닷새째 이어진 눈으로 지쳐갑니다.

이건 거의 재앙 수준이네요." 닷새간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로 강원 강릉지역은 제대로 된 도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수북이 쌓인 눈 때문에 도로와 인도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폭설로 4차로의 넓은 도로는 차량 1대만 간신히 오가는 산골마을 토끼 길로 전락시켰으며 주택가 지붕 처마 위에는 5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눈이불이 뒤덮였다.

도로변에 주차한 차들은 폭설로 수일째 움직이지 못하고, 거북이 운행을 하는 차들과 엉기면서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졌다.

또 시민들은 사라진 인도를 대신해 대부분 도로를 따라 길을 걸어 이동해야 하는 불편도 계속됐다.

빙판길을 이룬 고갯길에는 차량들이 헛바퀴에 연방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힘겹게 오른다.

워낙 많은 눈 때문에 미처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골목길과 아파트 주차장은 이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꼼짝없이 오가지도 못하게 된 아파트 주차장마다 차량에 눈이 수북이 쌓여 마치 봉분처럼 군데군데 솟아 있었다.

쌓인 눈 사이로 숨구멍을 내민 듯 차량 와이퍼나 창문 틀을 보고서야 차량임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다.

교동의 한 아파트의 경우 차량 진입로가 막혀 그야말로 도심 속 '고립무원(孤立無援)'과 다름없었다.

아파트 경비원 변모(63)씨는 "눈을 치워놓으면 또다시 계속 내리는 눈 때문에 차량은 물론 입주민들이 이동하는데도 너무 힘들다"라며 "차들이 못 나갈 정도로 눈이 온 것은 내 평생 처음 본다"라고 했다.

간간이 몇몇 주민들이 골목길에서 쌓인 눈을 치우고 길을 뚫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 골목길은 허리까지 올라온 폭설을 손 쓸 틈도 없이 하늘만 바라보는 처지였다.

교동 골목길에서 만난 조우성(25·교동)씨는 "대학 방학기간 부모님 집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연일 내린 눈으로 집앞 제설작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라며 "그동안 행정기관이 눈을 잘 치워주었는데 이번에는 제설작업이 더딘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휴교령이 내린 학교 운동장의 축구 골대는 골격만 드러낸 채 눈 속에 잠겨 있었으며, 도로 신호등은 쌓인 눈 때문에 신호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시민 송모(42)씨는 "오늘까지 내린 폭설 때문에 많이 지쳤는데 이틀 뒤에 또다시 눈이 내린다고 하니까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라며 "재앙수준의 눈이 더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지방기상청은 지난 6일부터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닷새간 강릉지역에 내린 눈의 양은 107.5㎝에 달한다고 밝혔다.

(강릉=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