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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폭행 피해자를 오히려 투옥…황당한 두바이

이민주 기자

입력 : 2014.02.04 09:34


연수와 특파원 합해 중동에서 4년을 체류하면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이슬람권 문화를 접하며 숱하게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문화적 차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생소하고 이해하기 힘든 사안들을 반복해 겪으면서 어느 정도 무뎌졌다고 믿었습니다만 최근 두바이에서 들려온 소식을 접하곤 다시 한번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20대 여대생이 두바이의 한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예멘 출신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음주와 혼전 성관계 혐의로 체포됐다는 황당한 사연입니다.

경찰은 한 술 더떠 이 여성에게 "석방 되고 싶으면 성폭행범과 결혼하라"고 조언까지 했다니 기절초풍할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여성은 여권을 몰수당한 채 사흘동안이나 감옥에 갇혀 지내다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이 직접 두바이로 출동해 애걸복걸한 끝에야 풀려나 지난달 30일, 사건 발생 이후 석 달만에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두바이 경찰이 성폭행 피해자를 범죄자 취급한 것은 샤리아로 불리는 이슬람 율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 무분별하게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샤리아가 음주와 혼전 성관계를 금기시한다는 이유로, 술을 마신 뒤 강제 성폭행 당한 여성을 범법자 취급해 구속까지 한 것입니다.

이 여성이 사흘 만에 풀려난 것도 그나마 대단히 이례적인 일인데, 오스트리아 외무당국은 석방을 탄원하는 26만명의 서명을 들고 협상에 임한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두바이에서는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성폭행 당한 24세 노르웨이 여성이 같은 이유로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국제적 비난에 직면한 두바이 당국이 사면해 겨우 풀려났습니다.

피해자를 오히려 범법자로 만든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여성을, 남성을 유혹해 타락의 길로 이끄는 존재로 보는 아랍 고유의 시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아랍 국가에서 여성들에게 얼굴, 심지어 눈만 내놓고 나머지 신체를 모두 가리게 하는가 하면 성인 여성은 혼자 외출도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몸매가 드러난 옷을 입고 (아랍 전통의상으로 몸을 감싸지 않았다는 의미) 느슨한 모습을 보였으니 성폭행 당한 건 '당연'하고 더구나 술까지 마셨으니 처벌을 받아야한다는 논리입니다.

사실 이슬람은 여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고루하고 걍팍한 성직자들이 율법의 일부분을 제멋대로 확대 해석해 가르치면서 이런 황당하고 시대착오적인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들은 지금도 율법 이행이 해이해졌다고 개탄하며 꾸란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성폭행당하는 것만도 하늘이 무너질 일일진데 그 때문에 감옥살이까지 해야 한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어이없고 기막힌 일이지만 그 상황이 닥치면 쉬이 헤어날 도리가 없습니다. 아랍 지역 여행하시는 여성분들 그저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