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직업병인지 몰라도 명절만 되면 날씨가 어떨지 촉각을 곤두세우곤 하는데 이번 연휴에는 날씨가 큰 사고를 치지 않고 별 일 없이 지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물론 비가 자주 내리고 일요일(2일)에는 짙은 안개로 적지 않은 불편이 있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특히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포근한 겨울 날씨가 이어졌는데요. 영남지방은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마치 봄처럼 따뜻했습니다. 일요일(2일) 경남 합천의 기온은 무려 24.4도까지 올라갔는데요. 합천의 관측사상 가장 따뜻한 2월 날씨로 남게 됐습니다.
이렇게 포근하던 날씨가 입춘을 앞두고 다시 추워지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불면서 서울을 포함한 중북부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는데요. 월요일(3일) 종일 체감온도가 영하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온이 거의 오르지 못하는데다 차가운 바람이 가세하기 때문입니다.
입춘인 화요일(4일)은 한파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침 최저기온을 보면 서울은 영하 10도가 예상되고 철원은 영하 16도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대관령은 기온이 조금 더 낮아 영하 17도까지 떨어지겠습니다.
충청과 남부지방도 한파의 직접 영향권에 들겠는데요. 대전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광주는 영하 7도까지 내려가겠습니다. 대구도 영하 6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고 따뜻한 바닷바람이 불어야 할 부산지방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가겠다는 예봅니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올 겨울 가장 추운 날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입춘 한파는 수요일(5일)에도 이어져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9도까지 내려가겠고, 내륙과 산지의 기온은 영하 15도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입춘한파’라는 말이 조금 거슬립니다. ‘입춘’ 하면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절기인데 한파라니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당연할 밖에요.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입춘한파’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요. 한 번 살펴볼까요?
일단 지난 30년의 평균기온을 살펴보죠. 서울의 경우 2월 4일의 최저기온은 영하 5.5도입니다. 일 년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인 1월 25일의 영하 6.5도와 비교하면 1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입춘 절기가 일 년 중 가장 추운 시기에 포함되는 것이죠.
실제로 1947년에는 서울기온이 영하 16.9도까지 떨어졌고, 1945년에는 영하 15.5도까지 내려간 기록이 있습니다. 이 정도 기록이면 입춘이 봄의 절기라고 말하기가 꺼려지는 정도인데요. 최근 10년 가운데는 2006년의 영하 13.1도가 두드러집니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지난 2010년에도 영하 8.3도까지 떨어진 적이 있는데요. 예상대로 화요일(4일)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면 만 8년 만에 가장 추운 입춘으로 기록되는 셈입니다.
입춘이 추운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지구가 데워지는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입춘이 되면 태양의 고도가 동지에 비해 상당히 높고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면서 태양에너지의 양도 급격하게 늘지만 이미 한 겨울 차갑게 식은 대륙이 데워지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한 여름 더위가 하지인 6월 말보다 8월에 가장 심한 것과 같은 이치죠.
하지만 입춘에 찾아오는 추위는 일반적으로 한 겨울 추위보다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 추위도 마찬가지여서 목요일(6일) 오후에는 바로 풀릴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