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끊겨 당황하셨어요?' 26일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캠퍼스에는 새 학기를 앞두고 TV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에서 따온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현수막을 건 주인공은 절주(節酒) 동아리 '경희주도'.
각종 사고를 유발하는 폭음 대신 짧고 건전한 술자리를 제안하는 학생들의 모임으로 2012년 결성됐습니다.
모임의 초대 회장이자 지금은 동아리 부회장을 맡은 양찬모(26)씨는 "신입생 시절 선배들의 강요로 술을 억지로 많이 마시고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다른 학교에 다녔던 지인은 과음 다음 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며 폭음의 폐해를 지적했습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해 평소 보건·영양 분야에 관심이 많은 양씨는 2년 전 대한보건협회가 '절주 동아리'를 모집하는 것을 보고 경희주도를 만들었습니다.
절주 운동을 하지만 그는 세계 맥주를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맥주 마니아'입니다.
그는 "당시 사회적으로 '주폭'이 큰 이슈였는데, 우리가 펼치는 절주 운동이 얼마나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1차에서 한 가지 술만 마시자'와 '논(Non) 알코올이 아닌 로우(Low) 알코올'을 실천하자는 겁니다.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소주 대신 술이 약한 사람도 마실 수 있는 '과일 칵테일'을 제안하고, 선배들의 강요로 '폭탄주'를 돌리는 문화를 없애고자 '남의 잔에 손대지 말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회원 박윤지(21·여)씨는 "사람들은 '절주'를 '금주'(禁酒)로 오해하지만, 스스로 주량을 알고 즐길 수 있는 만큼만 건전하게 마시자는 운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주 1회 모여 건전한 음주 문화를 알릴 방법을 논의하고 교내에서 주류 판촉행사 등 음주를 부채질하는 일이 일어나는지 감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