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스페이스 X’라는 민간 업체가 있습니다. 민간 우주여행과 화성 거주를 공언해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도 실어 나릅니다. 유튜브에는 스페이스 X 측에서 공개한 기막힌 우주 영상들이 많습니다. 아이들 가슴 속에 우주의 낭만과 꿈을 심어주기에는 더없이 좋은 자료들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미국 회사 하나가 우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보다 훨씬 낫습니다. CEO 엘런 머스크는 우주 산업과 별다른 인연이 없던 인물이어서 우주 산업에 거액을 베팅한 그의 선택은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나로호 발사 1주년을 맞아 찾아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이 스페이스 X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KAI는 T50 훈련기나 수리온 헬기 등을 생산해온 민간 업체입니다. 이번엔 한국형 발사체의 최종 조립 업체로 선정됐습니다. 하성용 사장은 회사 홍보팀 측에서 준비한 답변도 안 보고, 제가 묻는 질문도 별 상관이 없다는 듯, 한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로켓 조립을 우리 손으로 해서 향후 발사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입니다. 발사체 서비스 로켓으로 위성 올려주고, 우주정거장에 화물 날라주고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스페이스 X가 하는 일입니다. KAI는 한국형 스페이스 X가 되겠다는 걸까요?
KAI는 로켓을 조립해본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지난해 나로호를 조립한 것은 KAI가 아닙니다. 당시 상단은 대한항공이, 하단은 러시아가 만들었고, 상단과 하단을 최종적으로 합친 것은 대한항공이 주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대한항공은 그러나 이번 한국형 로켓 개발 사업에서는 발을 뺐습니다. 똑 부러진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빈틈에 들어간 것이 KAI입니다. 말이 쉬워서 조립이지, 로켓 고정에 필요한 장비(치공구)부터 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KAI 관계자는 로켓 조립은 설계와 연동돼 있는 만큼, 발사체를 조립하는 것은 KAI에 도전적인 일이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비행체 조립 경험이 풍부하니까 로켓도 각종 부품의 성능을 최적화하면서 조립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일단 로켓 조립 공간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경남 사천에 있는 제2사업장 일부를 조립동으로 만듭니다. 2사업장은 내부가 공개되지 않아 건물 껍데기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촬영 허가는 기무사가 통제합니다. 미리 허가받지 않으면 엿볼 수도 없습니다. 지금은 다른 비행체를 2사업장에 들여와 개조하는 곳으로 쓰고 있다는 설명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삼성테크윈이 엔진을 조립하면, 엔진을 이곳 KAI로 가져와 다른 부품과 조립합니다. 그렇게 한국형 로켓의 3단을 각각 만듭니다. 세 덩어리를 만드는 겁니다. 맨 아래 1단에는 75톤급 엔진 4개, 2단에는 75톤급 하나, 3단에는 7톤급 하나가 장착됩니다. 75톤급 엔진은, 75톤의 무게를 우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엔진이라는 뜻입니다.
3단을 각각 조립하면 전남 고흥으로 이동합니다. 1년 전 나로호가 발사된 나로우주센터가 거기 있습니다. 바다를 낀 우주센터에는 선착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로켓의 세 부분은 바지선에 실려 경남 사천에서 전남 고흥까지 옮겨진 뒤에 최종 조립에 들어갑니다. 바다 이동에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육지는 진동 심하고, 육교 걸리고, 톨게이트 못 빠져나갑니다.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은 한국형 발사체를 조립하기엔 공간이 좁아서 증축 공사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로켓을 최종 조립합니다. 그러고 발사장으로 옮겨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19년 말에 3단 로켓의 첫 시험 발사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앞서 2017년에는 미니 시험 발사를 시도합니다. 75톤급 액체 엔진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인데, 이때는 3단이 아니라 2단 짜리, 짧은 것을 쏩니다. 1단에는 75톤급 엔진을 붙이고, 2단에는 7톤급 엔진을 장착한 미니 한국형 로켓인 셈입니다. 2017년 2단 로켓 시험 발사는, 2019년 3단 로켓 시험 발사 일정과 동시에 그리고 별개로 진행됩니다. 2개의 계획이 투 트랙으로 간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 3단형 로켓 발사는 2020년, 발사 날짜가 정해지면 약 10개월 전부터 최종 조립에 들어갑니다. 이게 성공하면 달 탐사선을 실어 쏩니다. 진짜 산 넘어 산입니다.
정부가 2021년 한국형 로켓 발사를 공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2020년 달 탐사를 못 박고, 정부가 이에 맞춰 로켓 발사 일정을 1년 3개월 앞당기고,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올해 상반기에 엔진 연소 시험의 불꽃 장관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윗선의 잇따른 약속 행렬에 나로우주센터 공사 현장은 한층 바빠졌습니다. 공사장에서는 고속도로 건설하듯 속도가 느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75톤급 액체엔진을 시험할 수 있는 장소가 아직 없어서 이제 시험장부터 만들고 있는 겁니다. 대전 항우연에서는 13톤급 시험장을 증축해서 30톤급 엔진까지만 시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쪽에서는 열심히 엔진 연소기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완공되는 게 터보펌프 시험장입니다. 터보펌프는 로켓의 액체 연료를 고압으로 뿜어주는 장치라고 합니다. 연료 탱크는 2 내지 4기압에 불과한 반면 연료를 태우는 연소기는 60기압에 달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연료를 최고 100기압까지 고압으로 뿜어주는 장비가 필요한데 이게 터보펌프입니다. 이걸 시험하는 곳은 마지막 마감 공사를 하고 있었고, 이제 건물 내부에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터보펌프 시험장의 공정률은 89%, 이르면 4월부터 시험에 들어간다고 항우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현재 항우연에서는 불이 안 붙는, 이른바 상사 매질만 시험할 수 있어서 엔진 개발에 한계가 있습니다.
다음에 들어서는 건 연소기 시험장입니다. 75톤급 엔진을 시험하겠지만, 150톤급 엔진 시험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르면 5월에 시험을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연소기 시험의 ‘장관’이 펼쳐질 곳입니다. 연소기 시험이라는 게 엄청난 굉음과 화염이 분출되는 모양입니다. 제가 항우연으로부터 받은 30톤급 연소기 시험 당시 화면을 봐도 대단합니다. 연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보면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만 같습니다. 한국형 로켓의 연소기에는 250kg의 액체 연료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액체 산소 170kg, 케로신(등유) 80kg입니다.
로켓 총 조립 협약식부터 나로우주센터 공사장 건설까지, 언론에 생중계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장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모든 것을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어디 하나 삐걱하면 전체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가령 2017년 2단 로켓의 시험 발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 이후의 모든 로드맵에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시험장을 짓는 단계여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 본격적인 엔진 부품 시험에 들어가면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시행착오에 부딪힐 것입니다. 부품 별로 200~300회 가까운 시험을 반복해야 합니다. 순수 우리 기술로 도전하는 첫 로켓, 아무 탈 없이 2020년 발사 같은 해 달 탐사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격려와 함께 많은 이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거기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