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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할머니 댁 툇마루'…호남 민심 어디로?

장훈경 기자

입력 : 2014.01.22 08:06


아직 많은 점포가 문을 열지도 않은 이른 시각, 민주당 지도부가 광주 서구의 양동시장을 찾아갔습니다. 신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 장소로 광주를 선택한 것이지요. 일정은 빡빡했습니다.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고 광주로 이동한 뒤 오후 5시까지 전주와 부안 등 현장 7곳을 방문하는 강행군이었지요.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일에도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아갔습니다. 18일 만에 다시 광주를 방문한 건 호남에서 거세지고 있는 ‘안풍(安風)’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 호남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아직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압도하거나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하는 결과가 많았습니다.

김한길 대표는 소설가 출신답게 현장 최고위원회의 첫 마디로 미당 서정주의 시를 소개했습니다. “나는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되게 들어 따로 어디 갈 곳 없이 된 날에는 외할머니 댁 툇마루로 찾아와 오디 열매를 약으로 먹어 숨을 바로 합니다.” 김 대표는 호남에 올 때마다 이 시가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호남을 외할머니 댁 툇마루에 비유했지요.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로 상처받은 민주당이 호남이란 툇마루에서 오디 열매를 먹고 약으로 삼을 수 있도록 호남의 툇마루를 민주당에게 허락해 달라는 뜻이었지요.

김한길_500계속 일정을 따라 다녔지만 호남이 민주당에게 툇마루를 허락했는지는 쉽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광주 양동시장과 전주 남부시장 상인들을 만난 것을 제외하면 시민들을 만나는 일정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고창에서 벌어진 AI 상황대책을 점검하고, 전북도당 부위원장단 임명장 수여식을 참가하는 등의 일정만으로는 민심이 이렇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시장 방문도 이미 환호를 준비한 상인들을 만나는 것이어서 호남 민심의 향배를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지역 언론사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하나같이 경쟁관계에 있는 안철수 신당으로 인한 ‘위기감’이 깔려 있었습니다. “지지율이 높지 않다. 이기는 공천을 이야기하며 개혁공천을 이야기 했는데 개혁공천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전북의 경우 민주당 현역 단체장들 절반이 비리에 연루돼 있는데 쇄신안이 있나?” “안철수 의원 측과의 연대를 이야기했는데 호남에서의 연대도 생각하고 있나?” 다양한 질문이 오갔지만 결국 질문은 ‘연대는 뭐든, 안철수 신당을 어떻게 이기겠다는 건가’ 였습니다.

안철수 신당은 호남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인정하듯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의 연이은 패배를 안긴 민주당 대신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안철수 의원이 부상한 것이지요. 이런 정서 때문이었을까요. 김한길 대표는 “2주만에 왔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는 말을 강조하듯 수차례 언급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호남의 투표 목적은 하나다. 보수 정권의 승리를 막는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가장 전략적인 투표를 하는 지역으로 호남을 꼽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는 어떤 기초의원을 선택할 지를 넘어 3년 뒤 대선까지 염두에 둔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호남이 어느 당에 툇마루를 허락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