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의 '사죄 기자회견'을 주선함에 따라 그가 곧 석방될지가 또다시 관심이다.
그동안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이 사죄했다고 발표하고 석방한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이 최근 억류 42일 만에 석방한 6·25전쟁 참전용사 메릴 뉴먼(86) 씨가 비슷한 경우다.
북한은 작년 11월 30일 뉴먼 씨가 6·25전쟁 때 북한 지역에서 활동하던 게릴라 부대 '구월산유격대' 회원의 가족과 친지를 찾으려 한데 대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며 사죄문 전문을 공개했다.
그 후 1주일 만에 뉴먼 씨가 사죄한 점과 그의 나이,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다며 추방 형식으로 전격 석방했다.
2009년 말 두만강으로 입북했다가 억류된 재미교포 대북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 씨 역시 '사죄 기자회견'을 거쳤다.
조선중앙통신은 2010년 2월5일 박 씨가 기자회견을 자청, 기독교 선교 등을 목적으로 북한을 무단입북한 데 대해 사죄했다며 북한 당국이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박 씨는 억류 40여 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미국의 유명인사가 방북한 뒤 억류 미국인을 데려온 경우도 사죄 발표는 빠지지 않았다.
북한은 2010년 8월 무단입북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를 석방할 당시, 곰즈 씨 석방을 위해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부와 자신의 이름으로 북한 당국에 사죄했다고 밝혔다.
2011년 6월 한국계 미국인 에디 전(한국명 전용수) 씨를 풀어줄 때도 방북한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사건 발생에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북한이 이처럼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면서 본인의 사죄나 방북한 미국 고위인사의 유감을 발표한 것은 인도적 조치를 베풀었다고 선전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이번에 '사죄 기자회견'을 한 케네스 배 씨에 대해서도 킹 특사 등 미국 고위인사의 방북을 거쳐 석방할 개연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올해 3년차를 맞아 대외관계 안정에 신경 쓰는 상황에서 2012년 11월부터 1년 넘게 억류해온 배 씨를 더 붙잡아두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도 20일 배 씨의 기자회견이 보도된 뒤 북한이 다시 초청하면 킹 특사를 북한에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2월 말 한미군사연습인 '키 리졸브'가 시작하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며 내달 중순까지 석방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케네스 배의 석방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나 접촉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미 간 물밑접촉을 통해 킹 특사의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