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시세 3천 정도하는데, 반값에 드릴게요. 사신다면 더 깎아드릴게요."
"그런데 타고 다니다가 단속되거나 그런 건 없어요? 좀 불안한데요."
"그냥 차만 보고 이게 대포차인지 어떻게 알아요? 혹시나 단속된다고 하더라도 친구 차타고 있는 거다 그러면 문제될 거 없어요."
"타고 다니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 날 것 같은데요."

"다 보험 처리돼요."
"대포차인데 보험가입이 돼요?"
"전화 한통으로 보험 가입시켜 드릴게요. 견적부터 뽑아드릴까요?"
"타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어떻게 하죠. 폐차하려고 해도 제대로 못 할 텐데."
"타다가 싫증나면 저희한테 다시 전화하세요. 비싼 가격에 다시 매입할게요. 1년 정도 타다가 딴 것도 타보세요. 세금도 안 내는데, 좋잖아요?"
◈인터넷에 넘치는 매물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통해 만난 대포차 판매업자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대포차 판매업자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니, 너무 쉬웠습니다.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통해서 너무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중고차 매매사이트에서는 'ㄱㅅ, ㄷㄴ 아님', '풀서류 완비'라는 광고 문구가 적힌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판매하려는 차량이 기소차량이나 도난 차량이 아니고, 자동차 포기각서나 자동차 등록원부 등의 서류도 가지고 있다는 대포차 판매문구입니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이런 문구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구매자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대포차 판매업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단속이나 사고 후 보상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까요? 실제로 그렇다면 중고차 시세의 절반에 불과한 대포차는 구매자 입장에서는 정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습니다.
단속의 일선에 있는 경찰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단속하는 것이 어렵냐고. 강력 사건이 있을 때마다 약속한 것처럼 등장하는 것이 대포차다보니 당연히 경찰의 단속망에 적발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
판매자가 말한 것처럼 현장에서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포차로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하더라도, 대포차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땅히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대포차 운전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 차를 잠깐 빌려 타고 왔다고 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거죠.
때문에 대포차 단속의 대부분 기획 수사로 진행됩니다. 대포차를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사람을 적발해 역 추적해 나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의 손을 오가기 때문에 중간에 연결고리가 끊겨버리기도 하고, 경찰 수사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언론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대포차는 길고 긴 수사의 결과물입니다.
경찰과 함께 단속의 또 다른 주체는 지자체입니다. 대포차라는 것이 세금이나 과태료를 체납하고 있는 차량이다 보니, 체납된 세금 확보를 위해서 지자체가 단속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력입니다. 지자체보다 인력이 많고, 현장에 가까이 있는 경찰도 단속이 쉽지 않은데 지자체 공무원들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포차 자율 신고 저조...왜?
이런 단속의 어려움 때문에 지난해 7월부터 국토부와 지자체는 대포차 자율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실적은 어떨까요? 법인 등록의 대포차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서울 강남구입니다. 그런데 강남구청에 지난 반년 간 신고 된 차량은 40대 남짓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신고 된 차량도 정상적으로 차량을 판매했는데, 인수한 사람이 명의이전을 하지 않은 것들이 상당수입니다. 전형적인 대포차는 아닌 겁니다. 왜 이렇게 실적이 저조할까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타는 차가 대포차라는 것을 알고 탑니다. 그런데 대포차가 주는 많은 혜택(?)을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신고할까요? 신고가 저조한, 아니 신고로 잡히는 숫자가 적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대포차 신고는 차량 명의자만 할 수 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자신이 대포차를 몰다가 지자체에 대포차라고 신고를 하고 싶어도 신고를 할 수 없다는 거죠.
서울의 한 지자체 대포차 신고센터에서 목격한 장면입니다. 어떤 법인에 채권이 있어서 법인명의의 차량을 타고 있던 한 남성이 대포차 신고센터에 찾아왔습니다. 자동차 검사를 받으러갔다가 자신이 타던 차가 법인이 파산하면서 대포차가 된 것을 알게 돼 신고하러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신고를 받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신고하려는 사람이 차량의 명의자가 아니라는 거죠. 파산한 법인의 경우에는 청산인으로 지정된 사람만 대포차로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량 명의자만 신고 가능...신고자 내쫓는 현실
신고하러온 남성은 대포차를 타는 게 뭔가 불안하고, 범법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폐차라도 하고 싶다며 대포차로 신고하고 싶다고 재차 물었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저희한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우선 청산인 지정부터 해서 신고하세요." 결국 그 남성은 대포차로 신고하려던 차량을 다시 타고 돌아갔습니다.
물론, 자동차와 관련된 민사문제도 걸려있고, 법령정비가 안 돼 있어 발생하는 문제일 겁니다. 그런데 대대적으로 대포차를 뿌리 뽑겠다고 나서고, 단속은 한계가 있다 보니 자율 신고를 받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제 발로 와서 신고하려는 사람을 다시 돌려보내는 건 뭔가 잘못됐다 싶습니다.
이렇게 단속도 힘들고, 신고도 어렵다보니 대포차를 초기에 근절할 방법을 찾는 것이 순리입니다. 방법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방법이 없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단속 일선에 있는 경찰은 대포차의 약 70%를 법인명의 대포차로 추정합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이미 폐업한 법인 명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법인이 파산하면 법인의 재산이었던 차량도 처분되어야 할 텐데 그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미 죽은 사람 명의의 차량이 여전히 운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세무당국, 지자체의 정보 교류로 대포차 발생 막을 수 있다"
이런 파산한 법인 명의의 대포차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세무당국과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법인 파산 신고를 받는 세무당국이 법인의 파산사실을 지자체에 알리면, 자동차 등록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차량 명의와 관련된 고지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의를 정리한다면 대포차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선 대포차가 발생하면 대포차를 적발하기도 힘든 만큼 서로간의 정보망 통합이나 정보 교류하는 방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정보 교류는 부처들이 의지가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겁니다. 함께 협의하고, 조율하는 절차가 있었다면 더 좋은 방안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자기 부처 업무만 챙기고 관련된 다른 부처와 협의가 안 된다거나,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다 보니 대대적으로 홍보하고도 결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엇박자는 자동차 보험 가입여부와 관련해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포차 보험 가입 안 되면 단속 용이해져“
자동차 보험 가입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대포차로 변질될 위험이 있는 차량, 즉 명의자와 운전자가 다른 차량은 보험 가입 기준을 엄격히 하고 있습니다. 왜 자신의 차량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려고 하는데 명확한 사유서를 써 내라는 것이지요. 사유서를 확인해서 가입 이유의 상당성이 인정될 때만 가입을 허락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상당수 보험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명의자와 운전자가 다른 차량은 아예 보험가입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보험 가입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 소개했던 대포차 판매자도 자신이 아는 보험설계사가 있다며 가입을 자신했습니다. 보험설계사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에는 이런 경우 보험 가입을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컨설턴트들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포차가 보험에 가입되지 않으면 경찰 수사가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자동차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대포차로 추정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줄어드는 겁니다. 그 중에서 왜 의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명의자와 실제 운전자를 비교한다면 대포차를 추려내는데 한결 수월해 진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대포차는 보험 가입 안 돼 vs 대포차는 보험 가입 안 돼 문제
그런데 대포차의 보험 가입과 관련해서 자동차 관련 주무부서인 국토부는 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말 국토부가 발표한 보도 자료의 일부입니다.
"'대포차'는 자동차 소유자와 운전자가 서로 달라 의무보험 미 가입, 자동차 검사 미필, 자동차 세금 및 과태료 미납 등 장기간 법적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자동차로, 과속·신호 위반,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절도나 납치 등 강력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음."
대포차의 폐해를 설명하면서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문제라고 적시해 놓았습니다. 금감원은 대포차의 보험 가입을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국토부는 대포차는 보험 가입을 안 해서 문제라는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대포차가 보험 관련된 문제가 있으니 보험 가입은 허용해 줘야 한다는 것인지 정확한 의도가 읽히지 않습니다.
물론 서술된 부분은 대포차는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은 대포차들도 대게 보험에 가입해 있다는 경찰의 판단과도 차이가 납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그리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박근혜 정부는 출범에 앞서 지하경제를 양성화시켜서 탈세와 불법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국토부 등이 수십 년은 더 된 대포차 문제를 새삼스럽게 다시 끄집어 낸 것도 그것의 연장으로 보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때는 언제라도 좋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기에 앞서 현재 상황은 어떻고, 어떤 방안들이 필요한지 보다 철저한 준비와 협의가 꼭 필요합니다.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조직도 만들었지만, 슬그머니 조직을 해체하면서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지길 바라는 정책들을 너무도 많이 봐 왔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