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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떼기 주의'…영동서 썩은 포도 놓고 네 탓 공방

입력 : 2014.01.19 08:11


'포도의 고장'인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는 한겨울인데도 수확되지 않은채 나무에 매달려 썩어가는 포도가 있다.

귀농인 A씨가 농사를 짓는 땅인데, 면적만 자그마치 4천㎡에 이른다.

이 밭의 포도가 방치된 것은 농사 경험이 적은 두 귀농인의 밭떼기(포전거래)가 화근이 됐다.

A씨는 포도 수확을 앞둔 지난해 9월 6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웃 마을에 귀농한 B씨한테 이 밭의 포도를 밭떼기로 넘겼다.

계약을 마친 B씨는 계약금 100만원만 건넨 상태에서 이튿날 인부들을 데리고 포도수확에 들어갔다.

그러나 포도 품질이 기대에 못미친다고 판단한 B씨는 밭 주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해약을 통보했다.

B씨는 "포도가 탄저병에 걸려 못쓸 지경이어서 A씨에게 현장으로 와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밭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B씨는 수확한 포도 90상자를 인근 청과상에 납품한 뒤 포도밭을 내팽개쳤다.

그후 보름 넘게 밭이 방치되면서 수확기를 넘긴 포도는 썩기 시작했다.

뒤늦게 이를 확인하고 A씨는 B씨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B씨가 계약금만 건넨 뒤 쓸만한 포도를 모두 골라 따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잔금 치를 돈을 준비한 점 등을 볼때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불복한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씨는 "B씨가 쓸만한 포도를 따낸 뒤 잔금을 주지 않으려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며 "밭이 방치되면서 포도나무까지 말라죽고 있어 B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의도적으로 썩은 포도를 나에게 팔아넘겼다"며 "계약 뒤 이튿날 해약을 통보한 만큼 밭을 방치한 책임은 A씨에게 있다"고 맞섰다.

영동군은 이번 문제가 두 귀농인의 농사경험 부족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밭떼기는 수확할 농산물의 양과 상태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계약하고, 수확 전 거래대금 전액을 정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B씨는 품질확인에 소홀했고, A씨는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포도수확을 허락해 문제를 야기했다.

영동군청의 손용우 농정과장은 "밭떼기로 인한 분쟁을 막으려면 거래원칙을 반드시 지키고, 계약사항 등을 서면으로 남겨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영동=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