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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직설적인 평가를 담은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의 회고록에는 현직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들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회고록 문화, 워싱턴 이성철 특파원입니다.
<기자>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퇴임했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2년 반 만에 회고록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이곳은 백악관에서 가까운 워싱턴의 한 호텔입니다.
게이츠는 자신이 국방장관으로 재직했던 워싱턴에서 열린 대담에도 참석해 회고록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크레이지', 정신이 좀 나간 것 같다고 악평을 했던 게이츠는 손사래를 치며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말 없이 다음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게이츠는 회고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아프간 전쟁에 확신이 없었고, 빠져나갈 궁리만 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말만 많았지,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점잖게 대응했습니다.
[오바마/미 대통령 : 게이츠는 국방장관으로서 저를 위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말할 자유, 생각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선 서점 어디를 가든 대통령과 장관, 4성 장군 등을 지내고 은퇴한 고위 인사들의 회고록이 즐비합니다.
거액의 인세 수입을 노리기도 하지만,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건 공직자의 책무라는 문화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실이나 장막 뒤의 권력 다툼, 진솔한 반성이 담긴 경우도 많습니다.
회고록을 잘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논란을 부를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김종필/전 국무총리(지난해 12월) : 회고록을 써 달라고 하는데 못 해줘요. 회고록도 안 씁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회고록을 냈는데, 책임 떠넘기기 경향이 강했습니다.
[로렌트/언론인·美 메릴랜드 대 겸임 교수 : 회고록을 쓰는 데는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거나, 또 자기만의 배경이나 역사를 돋보이도록 하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주관적 기록인 회고록에서 진실과 가식을 가리는 건 역사가와 독자들 몫이지만, 자기가 한 일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문화 자체는 미국 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상취재 : 정하균, 영상편집 : 채철호)